“쉴 수도 없고, 쉬어서도 안 된다”…연일 강행군 정세균 총리

입력 2020-03-02 12:40 수정 2020-03-02 15:25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대구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점검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진두지휘한 지 2일로 일주일이 됐다. 코로나19 환자는 좀처럼 확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대규모 발생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종식까지는 “쉴 수 없다”는 각오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총리 출신 첫 중대본부장
“오늘 국무회의를 마치고 대구로 내려가 상황을 직접 지휘하겠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으로 치닫은 2월 25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주 후반부터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이후 코로나19 환자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며 직접 대구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정부는 2009년 신종플루 이후 11년 만에 위기대응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기로 했다. 총리 출신 첫 중대본부장으로서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대구에 도착한 지난달 25일 중심가인 동성로가 텅 빈 모습을 보고 참모들에게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구를 찾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경북 청도군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현장점검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손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시간이 모자란다
정 총리는 ‘임시 총리공관’인 경북 칠곡군 대구은행연수원에서 매일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자정쯤 취침에 드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정 총리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중대본 회의 주재와 중국 입국 유학생 보호 관리 현황 점검, 마스크 수급 상황 점검 등 지난 6일간 하루 평균 4개 일정을 소화했다. 2월 28일의 경우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면담을 비롯해 총 8개 일정을 마쳤다.

살인적인 스케줄 탓에 식사는 가급적 가볍게 하고 있다. 아침은 연수원 구내식당, 점심·저녁은 대구시청에서 참모들과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김영수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은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손 세정제를 수시로 사용하는 등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중대본부장으로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위기 극복에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대구축산농협본점 하나로마트를 찾아 마스크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뼈아픈 마스크 공급 실책…가용병상 확보는 성과
정 총리는 국민에게 마스크 공급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마스크 수급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 대구시청에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정부가 공적 유통망을 통한 마스크 공급을 발표했지만 약속드린 시간과 물량을 지키지 못했다. 미리 설명 드리지도 못해 매장을 찾은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실망을 드렸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같은 날 정 총리는 대구축산농협본점 하나로마트와 메디팜일선약국을 방문해 마스크 수급상황을 직접 챙겼다. 정부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느끼고 이를 줄이기 위해 사전예고 없이 방문했다. 국무총리실은 마스크 수급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번 주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대구로 온 이후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한 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며 병상이 부족해 중증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최근 정경두 국방부장관 등과 함께 국군 대구병원을 방문해 병상 303개를 확보하는 ‘작은 성과’를 올렸다. 또 “코로나19는 대구와 경북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라며 전국의 시·도지사들을 설득해 병상 지원을 받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에서 장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용을 위한 병실과 병상을 준비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종식 때까진 쉴 수 없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진 “쉬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월 총리 취임 직후부터 주말과 연휴도 반납한 채 코로나19 방역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정 총리는 참모들에게 “쉬어서도 안 되고 쉴 생각도 없고 쉴 수도 없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고 한다. 정 총리는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지 않은 채 현장을 지켰다. 정 총리는 힘이 닿는 데까지 대구·경북을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정 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생활치료센터가 전국 각지에 마련되려면 공공시설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간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앞서 정부는 대구·경북에서만 하루 수백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모든 환자를 입원 치료하던 체제를 개편해 중증도에 따라 다르게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중등도 이상의 환자는 음압격리병실 또는 감염병전담병원에 입원시키고, 경증 환자는 지역 공공시설 등을 활용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하는 것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