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식했다가 한미 훈련 취소·축소…예정된 전환에 걸림돌
미 전문가들 “연기된 한미 훈련 일정 빨리 다시 잡아야”
클링너 “미국은 ‘조건’ 강조, 한국은 ‘시간표’ 중시”
가우스 “최선의 선택은 전작권 전환 연기”
미국 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2022년 전환 시간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 국방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이달로 예정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연기는 불가피했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다만, 예측이 불가능했던 코로나19라는 사실상 천재지변 상황이 돌발변수로 더해지면서 그동안 북한을 의식해 한·미 연합훈련을 취소했거나 축소 실시했던 것이 결과론적으로 전환권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려했던 한·미 연합훈련 취소·축소의 부작용이 이제서야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한·미가 연합훈련까지 취소·축소했으나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에 진전이 없는 대목도 비난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 정부는 물론 연합훈련을 “돈 낭비”라고 깎아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책임론의 대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 기미를 보일지도 변수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전작권의 예정된 전환을 위해선 연기된 한·미 훈련의 일정을 하루라도 빨리 다시 잡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전작권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1일(현지시간) “2022년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미 국방부의 입장은 굉장히 복잡하다”면서 “이 말은 전작권 전환에 찬성하는 국방부 당국자들도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국방부 당국자들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미 국방부 측에서 한국 국방부에 ‘한·미 훈련이 더 이상 취소·연기나 축소될 경우 전작권의 예정된 전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을 물밑에서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한미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직 미국 장성들이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이라며 “한·미 훈련 부족 등을 근거로 미국이 전작권 전환에 대한 준비나 평가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전작권 문제가 한·미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6월 30일 백악관에서 가졌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조속히 달성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조건은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적 군사능력 확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역내 안보 환경 등 세 가지다.
이와 관련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미국은 ‘조건’을 계속 강조하고 있고, 문 대통령은 정치적 요소들에 근거해 2022년이라는 ‘시간표’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작권 이행 조건 세 가지 중 현재까지 달성된 것은 없다”면서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대규모 한·미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필요한 군사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경우 덜 훈련된 군대로 인해 많은 사상자를 낳을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미는 필수적인 군사 능력 확보가 전작권 전환의 최종 목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한·미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국민일보에 “지금은 전작권 전환을 논의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면서 “최선의 선택은 전작권 전환 시점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우스 국장은 “한·미의 전작권 전환 논의는 북한 핵 위협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이 전시에 미 육군에 대한 지휘권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미 해군과 공군에 대한 군사 대응을 지시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우스 국장은 “전작권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북한은 한·미 대응 태세를 분석하기 위한 의도적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올해 예정됐던 한·미 훈련은 여러 목표 중에서도 성공적인 전작권 전환 능력을 확인·평가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면서 “이를 위해 한·미는 가능한 한 빨리 연합훈련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여부가 전작권 전환 시간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핵심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나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 훈련을 연기한 것은 실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그 이후 김정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미 훈련을 축소한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었으며 한·미 대비태세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코로나19 사태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미 훈련을 늘려야 한다”면서 “전작권 전환은 세 가지 조건 이행 여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