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다, 임성재! PGA 투어 생애 첫 우승

입력 2020-03-02 08:26 수정 2020-03-02 09:07
난코스 ‘베어 트랩’에서 승부수
“원하는 대로 페이드샷 치고 적중”
마침내 벗은 ‘무관의 신인왕’ 타이틀

임성재가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에서 열린 2019-2020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 최종 4라운드 6번 홀에서 파 퍼트에 성공한 뒤 캐디와 주먹을 부딪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임성재(22)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달성했다.

임성재는 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파70·7125야드)에서 열린 2019-2020 PGA 투어 혼다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쳐 4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74타. 임성재는 2위 매켄지 휴즈(캐나다)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임성재는 PGA 투어로 데뷔한 2018-2019시즌에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PGA 2부 투어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PGA 투어 정상은 언제나 임성재를 외면했다.

지난해 9월 미시시피주 잭슨 컨트리클럽에서 올 시즌 투어 두 번째로 열린 샌더스 팜스 챔피언십 준우승은 임성재의 최고 성적이었다. PGA 투어 출전 50번째, 정식으로 데뷔하고 출전한 48번째 대회에서 마침내 첫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생애 처음으로 거머쥔 우승 상금은 126만 달러(약 15억1830만원)다.

임성재는 공동 선두에서 우승을 경쟁하던 휴즈를 ‘베어 트랩’에서 뿌리쳤다. 베어 트랩은 투어에서 난코스로 악명 높은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 안에서도 유독 어렵기로 이름난 15·16·17번 홀을 말한다.

임성재는 15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컵 2m 앞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았다. 16번 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트렸지만 기어이 파 세이브로 지키는 집념을 발휘했다. 휴즈가 보기를 범한 이 홀에서 임성재는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휴즈는 17번 홀(파3)에서 약 16m짜리 버디 퍼트에 성공했지만, 임성재도 핀 2m 앞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임성재는 18번 홀(파5)에서 휴즈와 나란히 파를 쳐 우승을 확정했다.

임성재는 ‘베어 트랩’에서 승부를 걸었다고 한다. 우승을 확정한 뒤 미국 NBC 산하 중계방송사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베어 트랩으로 들어설 때, 이 홀부터 공격적으로 치겠다고 생각했다.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원하는 대로 페이드샷을 쳤는데 그게 통해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 신인상을 받고, 우승 기회도 몇 차례 있었지만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이렇게 우승해 감사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인사했다.

임성재는 최경주(8승), 양용은·배상문(이상 2승), 노승열·김시우·강성훈(이상 1승)에 이어 PGA 투어를 정복한 7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임성재는 이 우승으로 남자골프 세계 랭킹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의 현재 랭킹은 34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