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면 죽는다’ 협박… 구청 전화 받는 신천지 반응

입력 2020-03-02 06:50
1일 강원 원주시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3명 발생한 가운데 원주시 신천지 예수교회 부속시설 출입문에 시설폐쇄를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사진=원주시청 제공


지자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해 신도명단 확보에 나서고,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가격리를 어기는 이들에게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등 강력히 대응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페이스북에 "이만희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죄, 상해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며 "이들을 강제수사해야 감염병을 하루빨리 수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더라면 다수의 국민이 사망에 이르거나 상해를 입는 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8시쯤 이만희 총회장과 12지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는 "피고발인들이 검진을 거부하고 있고, 신도들이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 방역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대구시도 지난달 28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대구시는 신천지 관계자들이 고의로 신도 명단을 누락하고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때 신도가 아니라고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추후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 2명 중 1명의 동선에 의구심을 품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확진자가 말한 동선과 CCTV 등으로 확인한 동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문순 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확진자 중 여러 진술이 실제 동선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 CCTV와 카드사용 내용, 전화 위치추적 확인 결과 춘천 거주 신천지 신도 1명의 동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통보받았다"고 했다.

또 "신천지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이 사태의 핵심"이라며 "지금까지는 행정조사로 고발 조치했으나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사법체계가 분명히 개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는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에도 애를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가 입수한 신천지 신도과 교육생 명단의 일부가 전화를 받지 않아 경찰이 소재파악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심 증상 유무를 확인하는 구청 전화에 소송을 언급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신천지 신도들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신천지인 사실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을 살인죄, 상해죄 및 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법무법인 이후 최환석 변호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시의 고발장을 들고 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정부는 신천지 신도 중 일부가 지난 1월 중 중국 우한을 방문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1일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법무부를 통해 신천지 신도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신도 중 일부가 1월 중 중국 우한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코로나19 첫 발생이 1월 20일이었고 2월 이후 유행했는데, 1월부터 중국을 다녀온 신천지 신도 규모를 역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어떻게 국내 신천지 신도에게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유행하게 됐는지 규명하는 데 참고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는 "신천지 신도 중 확진 판정 비율은 예상외로 상당하게 높게 나오고 있다"며 "자세한 수치는 조사 종료 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9시 기준 국내 확진자 3526명 가운데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는 2113명이다. 이들은 전체 확진자의 59.9%에 달한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