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대구 지역을 여행금지지역으로 발표함에 따라 한국인 여행객과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한국 자체는 여행금지국가 설정을 피했지만 이번 조치가 입국제한 등 추가 조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과 사흘 전 추가적인 여행 제한 조치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가 갑작스레 입장을 뒤집으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여행을 앞둔 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여행 준비를 한 이용희(28)씨는 1일 “3월 여행이라 이제 와 취소해도 예약에 지불한 350만원 중 180만원밖에 환불받지 못한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이씨의 동행인 김상덕(27)씨 역시 “미국에 가더라도 한국인들이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미국 여행을 계획한 여행객 A씨도 “대구 출신이라는 게 밝혀지면 입국 제한이 걸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인 교민들은 가족·지인들과의 왕래에 걸림돌이 생기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국 기업 북미지사에 일하고 있는 50대 남성 B씨는 “조만간 가족들 모두가 한국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넘어와 합류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계획이 무산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모 항공사 북미지사는 최근 매출 급감 이후 직원들에게 무더기 휴가를 줬으나 단 한 명도 한국에 다녀올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 미국 재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박모(37)씨는 “아시아 인종이 전 세계로 바이러스를 퍼트린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미국지사에서 일하는 양모(28)씨는 “현지인들이 나를 쳐다보며 바이러스 관련한 얘기를 하는 걸 들었다”며 “차별적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 교민도 “마스크를 쓰고 병원에 갔다가 한참이나 안내직원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며 “길거리를 지나가던 동양인이 마스크를 쓰거나 기침 한 번만 해도 한 번씩 쳐다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여행에 대한 외국인들의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모 항공사 예약부서에 근무하는 C씨는 “하루 받는 전화 60~70개 중 50개 정도가 ‘한국에 경유만 해도 환불하겠다’는 요청”이라고 했다. 이 중 30개 정도는 실제 예약 취소로 이어진다. C씨는 “매일 예약부서에 ‘한국에 들렀단 이유로 도착지에서 격리되면 어떡하느냐’ ‘한국 비행기는 타기 싫다’는 컴플레인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보현 권민지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