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구·경북 출신’ 강제 격리…총영사관 ‘자가 격리’ 전환 협의

입력 2020-03-01 19:12
선전에서 호텔에 지정 격리된 대구 경북 출신 한국인들.연합뉴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역과 격리 조치를 강화하면서 최근 사흘간 광둥성 선전과 장쑤성 난징 등 중국 곳곳의 공항에서 한국인 130여 명이 지정된 호텔에 강제 격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지 대사관측이 중국 지방 정부들과 협의를 통해 속속 지정 격리를 해제시키고 자가 격리로 전환하고 있다.

1일 선전 한인 코로나19 비상대책위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아시아나 항공 371편으로 입국한 한국인 195명 중 대구·경북 출신 또는 방문자 등 25명이 지방 당국이 지정한 숙소에 지정 격리됐다.

승객들은 전원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대구·경북 출신이거나 방문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숙소에 격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정 격리 대상자는 대구·경북 출신 승객 18명이지만 부모와 자녀의 주소지가 달라 함께 격리를 자원한 7명을 포함해 모두 25명이다.

선전 당국인 실제 대구와 경북 거주 또는 경유 여부에 상관없이 주민등록번호를 기준으로 대구와 경북을 나타내는 지역 코드에 따라 지정 격리 대상자를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출신지가 대구라는 이유로 불합리하게 강제 격리됐다는 것이다.

특히 교민들은 낙후된 숙소에서 여러 가족이 입에 맞지 않는 현지식 식사 등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국 선전에서 격리된 승객들에게 제공된 아침 식사.연합뉴스

지난 28일 인천발 항저우행 아시아나 항공편에 탑승한 한국인 90여 명 가운데 50여 명도 지방 정부가 지정한 호텔에 격리됐다.

항저우에 사는 38명은 자가 격리에 들어갔지만, 항저우 인근 사오싱 교민 35명과 이우시 교민 17명은 각각 거주지 인근 지정 호텔에 격리됐다. 이들은 냉장고도 없는 숙소에서 지내는 등 숙소 사정도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1일 오후에 도착하는 항공편 탑승객 35명가량을 포함해 교민들이 최대한 빨리 거주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지방 정부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난징, 웨이하이, 하얼빈에서도 각각 28명, 7명, 18명의 한국인이 지방 정부가 지정한 숙소에 격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교민은 기내에 발열 환자가 발생해 지정 격리에 들어갔으며,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면 모두 자가 격리로 전환될 예정이다.

한편 주시안총영사관은 산시성 정부가 이날부터 한국과 일본 등 고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인원을 지정 호텔에 격리하겠다고 통보하자 “과도한 조치”라고 문제 제기를 해 핵산 검사를 거쳐 음성으로 나오면 귀가할 수 있도록 했다.

충칭시도 29일부터 도착하는 모든 국제선 탑승객에 대해 14일 지정 호텔에 격리하겠다고 통보해왔으나 청두총영사관과 협의 끝에 지정호텔로 이동 후 핵산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거주지로 이동해 자가 격리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물론 거주지가 없는 승객은 지정 호텔에서 14일간 머물러야 한다.

앞서 29일 인천발 톈진 도착 아시아나항공 탑승객 총 255명(한국인 217명, 중국인 38명)도 모두 귀가해 자가 격리하게 됐다.
톈진시는 당초 28일부터 한국·일본발 탑승객을 전원 격리 조치했지만, 우리 총영사관 측과 협의를 거쳐 증상이 없으면 자가 격리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 모습.

하지만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경우 지난달 25일 도착한 승객 중 발열자 5명이 발견됐고, 검사 일정이 늦춰지면서 현재 모든 탑승객에 호텔에 머물고 있다.

25일 인천에서 출발해 난징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도 중국인 3명이 발열 증세를 보여 한국인 65명을 포함, 탑승객 100여 명이 호텔에 격리됐으나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귀가했다.

베이징 순이구에서는 지난 28일 한 교민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거주지 자치위원회가 한때 귀가를 거부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주중 한국대사관은 베이징 공안과 방역 콜센터에 민원을 제기하고 자치위원회를 설득해 교민을 귀가토록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