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일로 42일째를 맞았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정확히 6주가 지났다. 그간 일어난 일을 당국의 발표순이 아닌 주요 사건 발생순으로 재구성해봤다.
그 결과 경북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은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불과 이틀 뒤부터 외부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남병원은 환자들이 1월 22일부터 지난 13일까지 25차례 외부와 접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앞으로 감염병이 발생하면 정신병원과 요양원 등 집단시설에서는 즉각 감염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서울 은평성모병원 이송요원은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 제한을 발표한 지난 2일 증상이 시작됐다. 보건 당국이 비교적 선전했다고 평가받는 사태 초기에 누군가에게서 감염된 것이다.
당국은 6번째 확진자와 함께 서울 종로 명륜교회에서 예배를 본 83번 확진자도 놓쳤다. 1월 말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3일 “지역 확산을 차단하는 강력한 조치” 발언은 한발 늦은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머지않아 종식될 것” 발언으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더 뼈아픈 대목은 12일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집단행사 취소는 불필요” 발언이다. 이틀 뒤인 14일부터 부산 온천교회 수련회가 시작됐다. 이곳에서만 지금까지 확진자 29명이 나왔다.
16일에는 보건 당국이 대규모 전파 장소로 주목하고 있는 신천지 예배가 대구와 경기도 과천 등에서 열렸다. 감염병 국면에서는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 한시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사례다.
다음은 주요 사건 발생 중심으로 재구성한 코로나19 사태 42일의 기록이다.
첫 주(1.19~25) 감염병의 유입, 대남병원 환자가 외부와 접촉했다
1월 19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하루 전이지만 나중에 확진자로 판정된 3명이 이날 입국했다. 36세 중국인 여성과 일본에서 귀국한 49세 중국인 남성, 태국을 여행한 43세 한국인 여성이었다.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36세 중국인 여성)가 발생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나중에 3번, 4번, 28번이 되는 감염자들이 우한에서 입국했다.
22일 서울 압구정동 한일관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났다. 이틀 전 입국한 54세 남성이 지인인 56세 남성과 식사를 한 것이다. 오명돈 서울대 교수는 이때를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시점으로 평가한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은 이날부터 2월 13일 사이 25차례 외부와 접촉했다. 위기경보 ‘주의’ 단계는 이들의 외부 접촉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3일에도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은 지속됐다. 이날 우한에서 입국한 3명과 싱가포르에서 입국한 1명은 나중에 각각 7, 8, 23번 확진자와 19번 확진자가 된다. 중국 정부가 이날 우한을 봉쇄했다.
둘째 주(1.26~2.1) 서울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
설 연휴 중인 26일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났다. 서울 강남 한일관에서 감염된 56세 남성(뒤에 6번째 확진자가 된다)이 예배에 참석했고 같은 장소에서 2명(뒤에 21번과 83번이 된다)이 감염됐다. 비슷한 시간 정부는 국내 3번째 확진자 발생을 발표했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의 형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대남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4번째 환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한 지역 입국자 전수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28~31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났다. 명륜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76세 남성은 이 기간 복지관을 방문해 식당을 이용했다. 나중에 29, 56, 136번이 되는 사람들이 이 시기 같은 장소에 갔다. (29번과 136번 각각의 아내인 30번과 112번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29일 브리핑에서 “무증상 감염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3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31일 이만희 형의 장례식이 대남병원에서 치러졌다. 장례식에는 대구의 신천지 신도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보건 당국은 이 장례식을 대구 신천지와 청도 대남병원 사이 전파의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간에 우한 교민 368명이 전세기를 타고 1차로 귀국했다.
2월 1일 일본에서 1월19일 귀국한 49세 중국인 남성이 12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한 교민 333명이 2차로 귀국했다.
셋째 주(2.2~8) 은평성모병원 이송요원 증상 시작, 문 “지역사회 전파 차단하겠다”
2일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 대한감염학회가 대정부 권고안을 내고 “후베이성 이외 위험 지역에서 오는 입국자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은평성모병원 이송요원의 ‘열과 무력감’ 증상이 시작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만희 형의 장례식이 끝났다.
다음 날인 3일 문 대통령은 “지역 확산을 차단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뒤였다. 문 대통령은 4일엔 “비상한 각오로 신종코로나 종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4일 0시부터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이 제한됐다. 1월19일 태국에서 귀국한 43세 여성이 16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일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인 61세 여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여성은 7일 대구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했다. 이날부터 오한 등 증상이 시작됐다. 8일 천주교 안동교구 신자 39명(가이드 1명 서울 포함)이 이스라엘로 성지 여행을 떠났다.
넷째 주(2.9~15) 신천지 내부 전파 시작…중수본 “집단행사 취소 필요 없다”
신천지 대구 종교시설의 9일 집회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됐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61세 여성이 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 여성이 포함된 교차 감염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전파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헌혈버스에서 채혈을 담당하는 서울 양천구 거주 26세 여성이 이 병원을 방문했다.(이 여성은 2월2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1일 28번째 확진자가 발표됐다.
12일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브리핑에서 “집단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성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신종코로나’를 ‘코로나19’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우한 교민 147명이 3차로 귀국했다.
13일 이틀째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경제계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이날까지 정신병동 환자와 외부인의 접촉이 이뤄졌다.
14일 부산 온천교회 교인들이 수련회를 떠났다. 수련회는 17일까지 1박2일씩 3차례 진행됐다.
15일 나흘째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 중인 신천지 61세 여성이 대구 퀸벨호텔을 방문했다. 경기도 김포의 부부도 16개월 딸을 데리고 퀸벨호텔에서 열린 친척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나중에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학회는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슈퍼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역체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2차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다섯째 주(2.16~22) 동시다발적 슈퍼 전파…중수본 “집단행사 취소 불필요 지침 유효”
16일 대구와 경기도 과천을 비롯한 전국 신천지 시설에서 종교 집회가 열렸다. 61세 여성이 전 주에 이어 대구 집회에 또 참석했다.
이날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29번째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정세균 총리는 “29번의 확진을 엄중히 인식한다”고 말했다. 안동의 이스라엘 성지순례팀이 귀국했다.
부산 온천교회 수련회는 17일까지 진행됐다. 김 차관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집단행사 취소가 불필요하다는 지침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수련회 참석자 가운데 지금까지 확진자 29명이 나왔다.
31번 확진자는 18일이 되어서야 등장했다. 이 여성이 9일과 16일 대구 신천지 종교시설에서 1000여명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중 대구·경북 환자가 13명이었다. 대남병원에서 2명이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 본부장은 “신천지 예배에서 슈퍼전파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20일 브리핑에서도 “집단 행사 관련 대구에 별도 조치가 필요한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통화하고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 팀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행사를 했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 본부장은 “대구 신천지 신도 1001명 명단을 제공받았고 나머지 8000명도 공유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누적 확진자가 104명이 됐다.
21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04명으로 증가했다. 문 대통령은 “신천지 예배와 장례식 참석자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장례식 방명록이 중요한 추적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대구에 간 적이 없는 은평성모병원 이송요원이 새로운 확진자가 됐다.
감염학회는 22일 감염병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할 것을 권고했다.
여섯째 주(2.23~29) 확진자 가파른 증가, 당국 “집단행사 자제 요청”
23일 정부가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전국 초중고 개학을 연기했다. 전국 환자가 602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495명은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25일 전국 확진자가 977명으로 증가했다. 사망자가 11명으로 늘었다. 경기도가 디지털포렌식 역학조사로 신천지 신도 4만200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정부는 26일 신천지 교인 21만명 명단을 확보해 지자체에 전달, 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74세 남성이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고 대기하다 숨졌다. 전국 확진자가 1766명으로 늘었고 누적 사망자는 13명이 됐다.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인 ‘재고’로 상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금은 한국인 입국 제한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수본은 28일 “집단행사를 자제하고 주말 사회적 활동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경기도 시흥시 73세 여성이 6일 만에 재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사망한 3명 가운데 2명이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국 확진자가 2337명으로 늘었다.
29일 전국 확진자가 3150명으로 증가하고 사망자는 17명으로 늘었다. 한국발 여행객에 대해 입국 제한 등 조치를 하는 나라가 76곳으로 늘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