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정당’ 고심 민주당…진보진영과 선거연대로 가닥잡나

입력 2020-03-01 18:14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출현에 위기감을 느낀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과 관련한 진보 진영과의 선거연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수 진영에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통합에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범보수 연합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주내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범진보 연대가 구축될 경우 총선 판도 또한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차원의 독자 창당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진보시민단체들의 선거연대 제안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대응을 검토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주권자전국회의는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 녹색당과 미래당 등 진보진영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함께 내는 선거연합을 제안했다.

이들의 제안서를 전달받은 이해찬 대표가 공식 논의 테이블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제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와도 통한다”며 “미래한국당의 등장으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들의 입성을 돕고, 원내 1당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연일 위성정당 문제로 씨름하는 배경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의석수 관련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제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율을 가지고 계산했을 때 민주당의 비례의석은 6~7석에 불과하다. 반면 미래한국당은 25석 가까이 가져가면서 양당의 비례대표 의석수 차이가 15석 이상이 된다. 반면 민주당이 진보연합정당을 창당할 경우, 확보할 수 있는 의석수는 15~17석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당 지도부는 정봉주 전 의원이 결성한 ‘열린민주당’에 대해서는 당과 사전 교감이나 논의가 없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선거연대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방안이다.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합한 ‘적녹(赤綠) 연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한도 임박한 데다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방법론은 잘 안 떠오른다”며 “지도부가 현실적인 방안 등을 포함해 깊이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단체들은 오는 10일까지 창당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라, 민주당 지도부는 늦어도 이번 주내 입장을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방법론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이 선출한 비례대표 후보들을 진보연합정당으로 보내는 방법과 아예 민주당이 나서서 연합창당을 감행하는 경우의 수까지 검토 선상에 올라있다. 연합창당의 경우 이를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가 적잖다. 뿐만 아니라 여러 정당이 참여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 작성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4+1’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했던 정당들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례민주당이든 연합정당이든 모두 꼼수 정당”이라며 “이해찬 대표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구 공천을 하지 않고 비례대표만 공천한다는 일부 정당은 헌법과 정당법 정신을 망각한 것”이라며 “법원에 정당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나래 신재희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