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는 정신병”…코로나19보다 빨리 퍼지는 여성혐오

입력 2020-03-01 17:59
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빌미 삼아 여성혐오 분위기가 다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1일 ‘페미 해악 vs 신천지 해악’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신천지증거장막 신도들과 페미니스트(페미) 가운데 어느 집단이 더 ‘사회 해악’인지 묻는 내용이다. 이 글에는 “신천지는 하나의 테러단체고 페미는 서서히 나라가 망국으로 가는 테크트리” “페미는 정신병자들이 꾸준히 피의 쉴드를 쳐주고 있는 탓에…현재는 페미 해악이 더 크다”는 댓글들이 붙었다.

커뮤니티 캡처

커뮤니티 캡처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족vs페미 누가 더 악질같나요’라는 글과 ‘여친이 똑같은 얼굴, 몸매일 때 고르면?’이라는 제목으로 투표를 올린 게시물도 있다.

이 게시물에도 “페미에 한 표, 조선족은 만날 일 없는데 페미는 만나면 어휴 ㄷㄷ” “둘다 XX”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2015년쯤 SNS에서 유행했던 해시태그 운동. SNS캡처

인터넷 공간에서 국가재난 사태를 틈타 약자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현상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메르스 의심환자인 한국 여성 2명이 홍콩에서 격리를 거부했다는 뉴스가 보도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개념 없는’ 여성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었다.

그러나 격리를 거부한 2명은 남성으로 밝혀졌다. 오보에 분노한 여성들은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메르스 갤러리’를 점거했었다. 사이트 ‘메갈리아’를 개설하고 ‘미러링(Mirroring)’으로 사회 속 여성혐오의 심각성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SNS 해시태그 운동도 일어났다. 이는 나중에 ‘메갈리아 사태’로 불려졌다.

당시 ‘메갈리아 사태’에 대해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정희진과 나누는 ‘젠더와 저널리즘’>강연에서 “여성혐오는 5000년 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라면서 “메갈리아 사태의 근본 원인은 SNS가 권력을 갖고 이를 쾌락적으로 이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온라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SNS 문제를 누가 어떻게 보고 개입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었다.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