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대구‧경북 학생 ‘컴백’ 대책 분주, 교육부 ‘안절부절’

입력 2020-03-01 17:46

대구·경북 지역에서 돌아오는 학생 보호 방안이 개강을 앞둔 대학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들은 대구·경북 출신을 중국인 유학생처럼 별도 관리하기도, 방치하기도 어려우니 정부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당 수석 대변인의 ‘대구 봉쇄’ 발언 파문 이후 극도로 몸을 사리며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들은 대구·경북 출신 학생을 보호하는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손 놓고 있기 어려운 처지다.
서울의 A대학 관계자는 “대구·경북 출신 학생 수를 파악 중에 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대구·경북 출신 학생을 개강 후 기숙사에 격리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내국인 학생을 다루는 문제여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B대학 관계자는 “특정 지역 학생을 어떻게 할지는 차별 등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대구 학생들만 따로 격리하는 건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며 코로나19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일부 대학은 내부 방침을 정하고 대구·경북 학생들과 개별 접촉하고 있다. 개강 전에 최대한 빨리 대학으로 와서 건강 검진을 받도록 하고 2주 동안 기숙사에 들어가도록 설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남권의 C대학 관계자는 “아무런 증상 없는 대구·경북 학생들이 반발할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대구·경북 출신 학생 보호를 위해서도 다른 지역 학생 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자칫 대구·경북 차별로 비칠까봐 언급을 피하는 상황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대구·경북 학생 보호 대책은 정부 내에서) 논의한 적도 없고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중대본 차원의 언급이 있으면 몰라도 교육부가 먼저 언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출신 지역을 분문하고 확실하게 점검하고 (이상이 있으면) 분리 조치를 한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대학들은 무책임하다는 입장이다. A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는 만날 대학에 자료만 내놓으라고 하고 대학이 알아서 하라고만 한다. 그럼에도 대학들이 (정부 재정지원 평가 등으로) 교육부에 대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지방의 D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이지 감염병을 막는 기관이 아니다”라면서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대학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욕먹지 않을 궁리만 하면서 잔소리꾼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인 유학생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유학생은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15분 중국 선양시 타오셴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유학생이 다니는 가톨릭관동대가 제공한 버스로 강릉시에 도착해 이날 6시30분 강릉아산병원 선별진료소에서 무증상으로 나타났다. 이 유학생은 당일 오후 7시8분 기숙사에 입실했다. 그러나 강릉시가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1일 오전 4시 최종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이도경 박구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