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상한 황금곰상, 최고 스타 힐러리… 베를린 이모저모

입력 2020-03-01 17:29
제70회 베를린영화제를 찾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홍상수 감독의 은곰상 감독상 수상 외에도 여러 화젯거리를 남겼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이란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의 ‘데어 이즈 노 이블’이 차지했다. 하지만 라술로프 감독은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출국 금지를 당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그의 딸이 대신 상을 받으며 “정말 감동적이고 행복하다. 그러나 제작자가 오늘 이곳에 없어 너무 슬프다. 그를 위한 상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라술로프 감독은 전날 성명을 내고 영화제 참석을 막는 이란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란 출신 감독이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고도 정치적 이유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2015년 ‘택시’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그동안 베를린영화제는 정치, 사회적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출금 금지를 당한 이란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 대신 제70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대리 수상한 그의 딸이자 배우 바란 라술로프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자배우상은 이탈리아 화가 안토니오 리가부에의 전기영화 ‘히든 어웨이’에서 주연을 맡은 엘리오 게르마노, 여자배우상은 독일 영화 ‘운디네’에서 고대 신화에 사로잡힌 역사가 역을 맡은 폴라 비어에게 돌아갔다.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은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함께 참석한 배우 김민희와 서영화에게 공을 돌렸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는 조디 포스터, 조니 뎁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발걸음 했다. 그중 가장 화제를 몰고 다닌 이는 자신의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 ‘힐러리’로 영화제를 찾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었다.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된 영화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성추문을 겪은 백악관 시기, 힐러리 자신의 정치 경력을 총망라했다. 미국 다큐 감독 나넷 버스타인이 연출을 맡았다.

한국영화는 ‘도망친 여자’ 외에도 스페셜 갈라 부문에 한국영화 최초 초청된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 포럼 익스펜디드 부문에 초청된 김아영 감독의 실험영화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까지 3편이 선보여졌다. 시상식 전 레드카펫에서는 한국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등 여러 곡의 K팝들이 배경음악으로 흐르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