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 사경을 헤매고 있다. 시장의 공포감이 과거 걸프전과 아시아 외환위기를 넘어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코로나19 악재로 인한 내수 충격과 수출 부진이 당분간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 부양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2분기 이후에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시점이 변곡점으로 꼽힌다.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86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 1월20일 89조1564억 달러에서 지난달 27일 83조1576억 달러로 5조9988억 달러(6.73%) 감소했다. 한국 돈으로는 38일 만에 7290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KTB투자증권 김경훈 연구원은 “공포지수를 감안한 현재 상황은 걸프전과 같은 전시상황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에는 ‘공포에 사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예측이 어려운 위험에 증시가 폭락했을 때 오히려 투자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부른 주식 매수는 ‘모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대중국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6% 줄어들었다고 1일 밝혔다. 산업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중국 수출이 일부 영향 받았다”고 설명했다. 2월 한국의 전체 수출 실적은 4.5% 증가하긴 했지만 지난해와 달리 설 연휴가 없어 조업일수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2월 말부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코로나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선진국에 대한 수출 부진도 우려되고 있다. 내수 충격과 관광객 감소도 복합적으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스가 극심했던 2003년 2분기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액은 40%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코로나 사태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경우 연간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부양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적어도 오는 2분기부터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8일 긴급성명을 통해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전문가들은 또 증시 반등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으로 확진자 수 증가세의 둔화를 꼽는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메르스 당시 확진자 수 증가 속도가 감속되는 구간에서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연기한 양회 일정을 언제 다시 확정할지도 시장의 관심거리다. 중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됐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서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내려간 상황에서 추가 하락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모든 게 안 좋아 보이지만 경제의 구조적 침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코스피지수 수준은 이미 바닥을 지나친 상황이고, 코로나 악재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