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6배…자고나면 급증하는 ‘노코리안’ 국가

입력 2020-03-01 17:15 수정 2020-03-01 17:18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의 입국 제한으로 두바이에서 머물던 한국인 신혼부부 관광객이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3700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이른바 ‘노(NO) 코리안’ 국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대구 지역에 ‘여행금지’ 경보를 발령하면서 한국인의 미국 입국금지 조치도 곧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오전 10시 현재 한국인 또는 일정기간 내 한국에 체류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몽골 몰디브 이스라엘 등 36개국에 이른다. 중국 영국 대만 인도 태국 멕시코 등 43개국은 한국에서 출발한 한국인과 외국인을 일정기간 격리하는 등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상하이시와 텐진시, 광둥성과 산둥성, 산시성 등 11개 지방정부가 한국인 등에 대한 지정시설이나 자택 등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공식 집계해 공지하기 시작한 2월 23일 13곳이었던 ‘노코리안’ 국가는 일주일만에 79곳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루이틀 안에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전 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인 입국제한에 나설 것인지에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대구 지역 여행경보를 4단계인 ‘여행 금지’로 상향했다. 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여행경보는 3단계인 ‘여행 재고’가 유지됐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미국이 한국에 4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미 국무부의 이번 조치가 우리 국민의 미국 입국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경우 미국도 곧 입국 제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민 입국을 제안하는 나라들이) 대부분 규모가 작고 방역능력이 떨어지는 작은 나라들”이라면서도 “미국과 서유럽이 상당기간 (한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당장 우리 국민에 대한 미국 입국 절차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오는 개인에 대해 의료검사를 할 때 국무부가 조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이날 오전 미 국무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과 통화했다. 강 장관은 통화에서 “양국 간 교류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조치를 자제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는 또 응우옌부뚜 주한베트남 대사를 불러 전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하노이공항 착륙 불가 통보로 인한 회항 사태에 강력 항의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