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인 모금 운동에 나섰다. 생활비와 용돈을 십시일반 모은 성금은 코로나19 진료의 최전선인 대구·경북 의료기관에 전달된다.
고려대와 연세대, 경희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수백명의 대학생들은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소식을 전해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대구·경북 시민들과 연대하고자 한다”며 기부에 동참했다.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넉넉지 못한 생활비를 쪼개 2~3만원씩 보태는 이들도 있었다.
고려대에서는 180여명의 학생이 500만원 가량을 모았다. 이를 주도한 이수연(24)씨는 1일 “기부액 가운데는 1만9613원처럼 뒷자리가 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학생들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 보낸 것 같아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제 갓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 “소액만 기부해도 괜찮냐”며 조심스럽게 송금한 경우도 있었다.
연세대에서도 현재까지 240여명이 동참해 약 800만원이 모금됐다. 가장 먼저 모금 운동을 시작한 경희대는 1200여명의 학생들이 3000만원 넘는 기부금을 모았다. 숙명여대에서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4000만원 넘게 모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연합해 모금하는 프로젝트도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기부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문정빈(22)씨는 “전공과 관련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기부금을 냈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생활비도 넉넉하지 않지만 식사 한 끼 거른다고 생각하겠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모금이었지만 투명하고 꼼꼼하게 이뤄졌다. 대학생들은 모금 과정을 엑셀로 정리해 온라인에 공개하고 변호사 등을 통해 기부금 모집에 문제가 없는지 자문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모은 성금은 대구의료원, 대구동산병원 등 대구·경북 지역의 의료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