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연 재택근무 실험, 인프라에 성과 갈렸다

입력 2020-03-01 17:04
이태훈 SK텔레콤 커뮤니케이션센터 매니저가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노트북으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SKT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수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 중인 가운데 ‘스마트 오피스’ 수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도입한 SK텔레콤 등은 업무가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 기업은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5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재택근무를 3월 8일까지 전격 연장키로 했다. 박정호 사장을 포함한 임원 100여명은 지난달 28일 이번 결정을 위한 전사 임원 회의를 원격으로 실시했다. 임원들은 최대 100명까지 통화 가능한 ‘T그룹통화’를 이용해 1시간 30분가량 회의를 했다.

박 사장은 통화에서 “100명이 함께 그룹통화로 회의하기는 처음이다. 우리 모두가 대단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업무 방식이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더 퍼지고,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처럼 업무 회의, 협업 플랫폼, 클라우드 환경, 마이크로소프트 협업 메신저 ‘팀즈(Teams)’ 등 재택근무에 필요한 인프라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2015년부터 운영해 온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 마이데스크(Mydesk) 시스템은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본인 확인만 하면 회사 클라우드에 접속해 근무할 수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태훈 SK텔레콤 커뮤니케이션센터 매니저는 1일 “평소 회의가 20분 안팎이 걸린다면 T그룹 통화 회의는 10분 정도로 훨씬 압축적으로 진행돼 좋다”며 “집에서 조용히 혼자 일을 하니까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더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네이버 '라인웍스' 이미지. 네이버 제공

27일부터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라인웍스’와 ‘아지트’라는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재택근무 ‘실험’이 근무 형태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출근과 원격 근무 일수를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도 있고, 워킹맘은 아예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자녀 양육에 에너지를 더 쓸 수 있지 않겠냐”며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업무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아예 실시하지 못하거나 실시하더라도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중 은행도 지난달 25일부터 필수 인력에 대한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그러나 은행 전산망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하는 직원이 나오고 있다. 은행에 근무하는 A씨는 “재택근무 지시가 떨어졌는데 막상 일을 하려니 접속이 안 돼 일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 IT계열사에 근무하는 B팀장은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는 “회사의 공식 방침은 ‘가급적’ 재택근무다. 나의 경우 외부 업체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인에게 회사망에 접속할 권한을 주는 인프라가 없다”고 했다. B팀장은 “사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 초조하게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주화 임세정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