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코로나19 발원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유행성 독감이 기승을 부렸는데, 그 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9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에 같은 곳에서는 감염 지역 방문이나 환자와의 접촉이 없는데도 감염된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되는 등 바이러스 근원에 대한 논의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발원지로 미국을 의심했다.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논쟁은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촉발시켰다.
중 원사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중국만 고려하고 외국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현재 외국에 일련의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 같이 밝혔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팔던 야생동물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비슷한 시기 우한시 방역지휘본부는 베이징청년보에 회신 형식으로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발병 전 우한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원지가 우한이 아닐 수 있다는 근거를 공식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앞서 중국과학원의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은 12개 국가 9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유전체 데이터 조사 결과 “일부 환자의 샘플은 우한 화난수산시장과 전혀 무관했다”며 “바이러스가 다른 곳에서 화난시장으로 들어와 시장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나아가 바이러스 발원지가 미국일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쩡광 수석 과학자는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바이러스의 기원과 연관된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염병 발병지를 방문했거나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환자들이 중국 밖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환자가 바이러스 감염 지역을 방문하거나, 감염자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전염병 전문가의 미 언론 인터뷰를 인용해 “감염원이 밝혀지지 않은 환자의 사례는 매우 중요하다”며 “코로나19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그 누구도 면역력이 없어 노출된 사람은 누구든지 이 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유행한 독감과 일본 언론 보도 역시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TV는 독감으로 사망한 미국의 일부 환자가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바이러스의 발원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주장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TV아사히의 보도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쩡광 수석과학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유행한 독감을 거론하며 “그런 의심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유행하는 독감 환자에 대해 핵산 열쇠로 검사를 하지 않는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터넷 여론도 근거로 제시됐다. 독감 환자들을 검사해보면 더 많은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확인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쩡광은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독감에서 회복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해볼 수 있다”며 “만약 이 테스트에서 양성으로 나타나면 바이러스의 발원지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쩡광은 미국이 지난해 유행하기 시작해 1만2000명의 사망자를 낸 독감 등 전염병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