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로 힘겹게 시즌을 마무리하려 했던 프로농구(KBL)가 결국 멈춰섰다. 전주 KCC 선수들이 묵은 전주 라마다 호텔에 같은 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투숙했다는 사실이 지난 29일 확인되며 결국 리그가 1일부터 중단을 결정했다.
이번 리그 중단은 한동안 흥행 침체를 면치 못했던 KBL이 올 시즌 관중 상승으로 인기 반등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KBL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을 고려해 지난 시즌 평일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7시에서 오후 7시30분으로 바꿨지만 관중 동원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팬들의 귀가 시간이 늦춰져 불편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KBL은 단 한 시즌 만에 평일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7시로 돌려놓는 동시에 큰 결단을 내렸다. 화~목 평일에는 단 한 경기만 치르게 했고 금요일 2경기에 토요일 3경기, 일요일 4경기 등 주말 경기를 대폭 늘렸다. 자연히 연이틀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커졌지만 팬들의 경기장 문턱은 크게 낮아졌다. 골수 농구팬들로서는 평일 단 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효과도 있었다. 또 외인 선수의 키 제한을 철폐하는 대신 전 쿼터 1명 출전(종전 2·3쿼터에 한해 2명 출전)으로 출전을 제한해 국내 선수들의 비중을 높이고자 했다.
KBL의 고뇌에 보답하듯 올 시즌 KBL 관중 수는 지난 13일 대표팀 휴식기 이전까지 205경기 64만1917명으로 지난 시즌 대비 11.6% 상승했다. 1월 말 코로나19 확산으로 관중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나온 성과다. 특히 올 시즌 2라운드를 마치고는 지난 시즌 대비 관중이 24.3%나 증가해 농구계에서도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시즌 양상 자체도 관중 몰이에 도움이 됐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리그 대표 인기팀 서울 SK가 시즌 초반부터 약진했다. SK는 올 시즌 홈 19경기에서 평균 5003명의 관중을 끌어모았다. 지난 11월 전주 KCC-울산 현대모비스 간의 빅딜로 인한 이목 집중도 흥행에 한몫했다. ‘국가대표 라인업’을 만든 KCC는 이기든 지든 화제가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진자가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KBL 관중 수가 대폭 줄기 시작했다.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며 무관중 경기가 열렸고 이제는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원주 DB·SK·안양 KGC인삼공사의 4강 플레이오프 직행 경쟁, 부산 KT·서울 삼성·현대모비스의 6강 경쟁을 시즌 막판까지 이어갈 기세였던 KBL로서는 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KT에서 퇴단한 외국인 선수 바이런 멀린스는 퇴단하자마자 곧바로 스페인 1부 리그 팀과 계약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멀린스는 떠나기 직전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들에게 불안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돌렸고 자신의 SNS에는 리그를 중단해야하지 않냐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각 구단들 입장에선 추후 외국인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KBL은 2일 오전 8시 리그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개최한다. KBL 관계자는 “리그 운영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리그를 떠난 외인 선수들에 대한 조치도 논의한다”며 “원래 계약파기에는 영구 자격 상실 징계가 가해지지만 현 상황이 상황인 지라 떠난 선수들의 사정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