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국가적 위기와 재난을 맞이할 때마다 ‘3·1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살려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사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수차례 강조해 마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국민 담화’ 같았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배화여고에서 열린 10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지난 100년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되었듯,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기고 우리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되살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으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며 새로운 독립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대구·경북도 따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지고 있는 응원과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이라며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북한을 향해선 ‘보건 분야 공동협력’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 지역의 재해 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독립군 대장인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국내로 봉환할 것이라는 소식도 처음으로 알렸다.
코로나19 여파로 기념식은 예년과 달리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좌석은 총 54개만 마련됐고, 의자 사이 간격도 넓었다.
행사장 초입에서부터 발열 검사와 문진 체크가 실시됐으며, 참석자들은 악수도 최대한 자제했다. 문 대통령 내외도 입장하면서 악수를 생략하고 참석자들과 간단한 목례만 나눴다. 마스크를 쓰고 있던 참석자들은 오전 10시쯤 행사가 시작되자 마스크를 벗었다. 문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 퇴장할 때가 돼서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악수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