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어 반도체 덮친 ‘코로나19’…“회복 경기에 찬물 끼얹어”

입력 2020-03-01 16:15

스마트폰·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 생산시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위협에 노출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구미사업장에서만 세 번째 확진 판정이 나왔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흥사업장 역시 확진자가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당장의 생산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확산세를 감안하면 긴장의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날 오후 경북 구미2사업장 무선사업부 직원과 경기 기흥사업장 협력업체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미2사업장은 방역을 위해 1일 오후 7시까지 폐쇄됐으며, 확진자가 근무한 층에서는 오는 3일 이후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스마트폰 연구개발(R&D)과 생산 조직으로 구성된다. 삼성 스마트폰 대부분의 물량은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되지만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제품은 구미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S20 시리즈의 국내 공급 물량과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 갤럭시 폴드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구미2사업장에서는 지난 22일에 확진자가 발생해 3일간 스마트폰 생산이 중단됐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를 주로 담당하는 기흥사업장도 비상상황이다. 해당 확진자는 구내식당에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으로,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해당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오는 3일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한다. 삼성전자 측은 “확진자는 생산시설과는 무관하고, 임직원들과의 동선이 겹치지 않아 반도체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다수 직원들이 쉬는 주말에 발생했다는 점도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와 스마트폰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반도체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 공급망을 다각화했지만 핵심 부품은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고려할 때 국내 생산에 영향이 생기면 전체 공급망에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코로나19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외신도 국내 반도체 생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등은 중국에서의 부품·소재 공급 차질이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생산까지 무너지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요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조달하는 인쇄회로기판(PCV) 등 부품 생산 공장의 가동이 어려워지거나 물류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이 맞물리면 회복 중인 반도체 경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과 차량용 LCD·OLED 패널을 생산하는 구미사업장 1단지 복지동 근무 은행 직원이 2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일부 구역을 폐쇄했다. 복지동 이용 직원이 근무하는 일부 생산시설(모듈공장)에 대해서도 방역을 진행한 이후 오는 3일 정상 가동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