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샌드위치’ 車업계…부품 해결했더니 판매 막막

입력 2020-03-01 16:13
지난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자동차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코로나19 비상사태가 장기화되자 생산은 물론 판매와 마케팅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는 탓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자동차업계에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생산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현장 방역에도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8일 울산2공장 도장부에서 근무하는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대차는 즉시 울산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로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현대차는 확진자 동선을 중심으로 울산2공장 긴급 방역을 진행하고 2일부터는 공장을 정상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인기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의 근무 인력은 오전·오후조를 합쳐 4000명 수준이다.

사무직은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업무 마비’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임산부 등 면역력이 약한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적용해 온 현대차그룹은 서초구 본사 근무자 등 서울 및 경기지역 직원들에게 팀에 따라 2개조로 나뉘어 탄력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했다.

타이어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 24일부터 도입한 재택근무 조치를 이번 주부터 확대 적용한다. 금호타이어도 지난 26일부터 임산부에 대한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고려해 재택근무 기간을 6일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판매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산 부품 문제는 해결했지만 소비가 침체되면서 1분기 판매가 막막한 상황이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이던 지난달 중국 부품공장 폐쇄로 줄줄이 생산공장을 멈췄다. 부품 수급 문제로 차질을 빚었던 생산은 거의 정상화 단계에 이르렀지만, 전반적으로 외출과 소비가 줄면서 연초 이후 판매 추세가 예년같지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은 90% 수준을 넘어섰지만, 곧 2월 실적이 발표될텐데 코로나19 여파로 성적이 좋지 못할 것”이라면서 “국내 경제가 한 달이 넘게 ‘올스톱’인 상황에서 자동차업계도 피해갈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승용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행사나 모터쇼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오는 5일 개막 예정이었던 ‘제네바 국제 모터쇼’는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3∼4일로 계획했던 신차 ‘XM3’ 출시 관련 미디어 행사를 취소했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도 ‘쏘렌토’, ‘G80’, ‘아반떼’ 신차 출시 행사를 예정대로 하지는 못할 분위기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