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마스크가 낳은 검경 풍경…매점매석 12건, 대금사기 22건 수사

입력 2020-03-01 16: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500명을 돌파한 1일 서울 목동동로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행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서영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최근 크게 확산하면서 검·경의 최대 현안도 ‘귀하신 몸’ 마스크로 모이고 있다. 마스크를 사재기하거나 웃돈을 얹어 공급하는 매점매석 행위, 마스크를 구하려는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대금편취 사기를 벌이는 행위에 대해 엄중 단속이 이뤄지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지휘하는 마스크 관련 매점매석·사기 사건들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검·경의 엄단 기조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관련 범죄는 당분간 증가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곧 종식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든 실정이고, 무엇보다도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원자재와 부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수감자 중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자체적인 면 마스크 생산 계획을 밝힌 교정시설도 등장했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경은 현재 12건의 마스크 관련 매점매석 사건, 22건의 마스크 대금편취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마스크를 다량으로 사재기하는 행위들에 대해 물가안정법위반 혐의를 적용토록 수사 지휘 중이다.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매점하는 행위로 보겠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마스크 구입 빙자 사기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를 염두에 두는 등 평소보다 엄중한 태도로 수사 지휘를 하라는 방침을 일선청에 하달했다.

마스크 관련 범죄에 대한 엄단 기조는 방역 당국의 조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마스크를 둘러싼 혼란과 범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 조정 조치를 시행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원인이 다양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수요(물자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당장 필요가 없으면서도 일어나는 예상수요)도 많고 매점매석도 있고, 해외 수출도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경찰에 마스크 매점매석을 고발한 건수는 지난 28일 현재 16건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국민적으로 체감되는 마스크 매점매석은 16건의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단속 조치는 고발이 들어오면 단발적으로 행정 단속에 나서는 시스템에 가깝다. 식약처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스크 매점매석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유통업체들에 대해서는 그간 별도로 관리를 해오지는 않았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마스크 중고거래 과정에도 비난과 욕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마스크 생산업계는 폭리와 매점매석 등의 인식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 차질인데, 결국 국내에서 원·부자재를 수급하기 어려워진 데서 비롯했다고 항변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원·부자재는 지난달부터 대부분 공급이 중단됐다. 국내 원·부자재 업체는 생산량 대비 주문량 폭주로 대부분 재고가 소진됐고, 이에 마스크의 핵심인 ‘필터’ 수급이 난망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광주교도소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봉제 작업장에서 면 마스크를 생산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당 600원 단가의 순면 원단을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면 마스크지만 지난달 27일 2000개 생산에 따라 수용자 1인당 2~3개씩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