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에 빠졌다가 3년 전 탈퇴한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8일 현관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마스크를 낀 경찰관이 “신천지 신도 리스트에 포함돼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찾아왔다”며 연락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잠시 뒤엔 구청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구청 공무원은 A씨에게 “신천지에서 받은 ‘센터 수강생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전화했다”면서 “대구 신천지 집회에 다녀왔는지, 신천지 신도와의 접촉은 언제가 마지막인지”를 물었다. 그는 “신천지가 신도 수가 부족한지 자신의 이름까지 끼워넣은 것 아닌가 싶다”면서 “신도도 아닌데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돼 악몽에 빠진 기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7월 신천지와 연락을 끊은 30대 여성 B씨도 시청에서 비슷한 연락을 받았다. 이 여성은 “공무원들이 내가 신천지 신도인 줄 알고 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신천지가 지금까지 내 개인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슈퍼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지목된 신천지가 신도와 교육생 등 리스트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신천지는 지난달 정부에 신도 24만여명과 센터 수강생 6만5000여명의 명단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는 이 명단을 토대로 유증상자 및 밀접접촉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 탈퇴한 신도를 교육생 리스트에 포함시켰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포교를 위해 열었던 인문학 강좌 등에 참석한 사람들도 정부 당국의 전화를 받으며 신천지가 제출한 리스트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신천지가 수집한 개인정보들이 무작위로 ‘신도 리스트’에 포함돼 정부에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맘카페에서는 최근 “갑자기 공무원이 전화해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게시물이 늘었다. 원주에 사는 40대 주부 C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2년 전 처음 동네에 이사를 왔을 때 주변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 ‘인문학 강좌’에 참석해 개인정보를 적은 적이 있다”면서 “이 강좌를 주최하는 쪽이 신천지와 연관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천지 전문가들은 정부에 제출된 신도 리스트 중 상당수가 신도가 아닐 확률이 있다고 말한다. 유영권 한국종교문제연구소장은 “신천지에서도 정부에 리스트를 제출하면서도 꼭 숨기고 싶은 사람들의 리스트를 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가 필요할 때는 행정력을 동원해 스스로의 힘으로 신도 리스트를 입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