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반납해라, 무급 휴가 써라” 코로나 갑질 기승

입력 2020-03-01 15:53 수정 2020-03-01 18:28
직장갑질119 단체 메시지방에 올라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해고 갑질' 제보. 직장갑질119 제공

계약직 A씨가 다니는 회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됐다며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본급 일부를 회사에 기부하라고 강요했다. 사측은 코로나19로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시 회사는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근무조건을 변경하면 사실상 손해를 보며 일을 해야 한다”며 “감염병을 이유로 부당 해고가 가능하냐”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근로 현장 곳곳에서 노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1일 코로나19로 회사 운영이 어렵다며 기본급을 반납하라거나 무급 휴가를 사용하라고 ‘갑질’을 일삼는 사례들을 공개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19에 걸리기 싫다며 집단 사표를 제출해 병원과 다투고 있다.

코로나19로 환자가 급감한 한 병원은 최근 부서별로 돌아가며 일주일씩 무급 휴가를 사용하라고 공지를 내렸다. 근무자 B씨는 “해고하면 실업급여를 줘야 하니 무작정 일주일씩 쉬라는 것”이라며 “월급은 밀리고 업무는 많은데 회사는 막무가내로 휴직을 강제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카페 운영이 어려우니 두세 달간 쉬다 오라고 요구받은 직원 C씨는 “무급으로 어떻게 몇 달씩 버텨야 하냐”고 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서울 중구 세종호텔은 지난 26일 전 직원에게 코로나19 종료 시까지 무급 휴직 신청서를 받았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 영업 전반에 상당한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면서도 휴직 신청은 자율에 맡긴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갑질119는 “호텔 측이 일부 팀을 쉬게 하며 사실상 무급 휴가를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업주의 판단으로 근로자를 출근시키지 않거나 그 밖의 이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는 회사가 휴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규정된 휴업 수당은 평균 임금의 70%이지만 적지 않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강제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고됐다는 제보도 있었다. 한 여행사의 계약직 사원은 “회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워져 곧 폐업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며 “일신상의 이유로 퇴직한다는 사직서를 쓰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한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사직하는 일도 벌어졌다. 포항의료원은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몰리면서 간호사 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지난주 몇몇 간호사가 찾아와 ‘코로나19 병동에는 가지 않겠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주지 않으면 퇴사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병원 관계자들이 붙잡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포항의료원 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간호사협회에 자원봉사를 요청하고 정부에도 지원을 건의해 우선 15명을 배정받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