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엄띄엄 앉고 악수 최소화…3·1절 기념식 풍경

입력 2020-03-01 15:24

코로나19 여파로 101주년 3·1절 기념식은 예년과 풍경이 크게 달랐다. 3·1운동 1주년인 1920년 3월 1일에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서울 배화여고에서 101주년 기념식이 열렸는데, 코로나19 사태 탓에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이 참석한 행사장은 의자마다 띄엄띄엄 간격이 컸다. 좌석도 총 54개만 마련됐다. 3·1절 100주년이던 지난해 1만여명이 참석했던 기념식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행사장 초입부터 발열검사와 문진 체크를 하는 등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철저한 사전 검사가 실시됐다. 행사 요원들은 자리를 소독했고, 행사장 주변에는 응급의료진이 대기했다.

참석자들은 악수도 최대한 자제했다. 문 의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주먹 인사만 나눴다. 문 대통령 내외도 입장하면서 악수를 생략하고 간단한 목례만 나눴다. 참석자들은 행사 시작 전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오전 10시쯤 행사가 시작되자 마스크를 벗었다. 문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 퇴장할 때 황 대표와 악수했다.


101주년 기념식은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기린 ‘대한이 살았다 2020’ 영상 시청으로 시작해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으로 이어졌다. 소설가 조정래씨가 묵념사를 읽은 뒤 김원웅 광복회장과 영화 ‘기생충’의 번역가 달시 파켓,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등이 독립선언문을 원문과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으로 낭독했다.


이어진 문 대통령의 연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극복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은 봉오동 전투의 영웅인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겠다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난 뒤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 시절 국난 극복 메시지가 영상으로 소개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문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상영됐지만,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상은 빠졌다.


이어진 만세삼창은 배화여고 건물 벽면에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현한 김구 선생과 유관순 열사, 홍범도 장군의 ‘실사형 디지털 아바타’의 선창으로 진행됐다. 매년 열렸던 훈·포장 수여식은 생략됐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