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끝내고 당·군 단속한 김정은…리만건 해임

입력 2020-03-01 14:5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에서 28일 촬영, 보도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잠행을 이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과 군에 대한 일제 단속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민심이 동요하고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합동타격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초특급 방역 조치를 주문했다고 지난 2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이 전염병이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경우 초래될 후과는 심각할 것”이라며 당 간부들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대책을 주문할 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차단을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로 규정하고 국경을 폐쇄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군 합동타격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내 감시소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또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당 농업부장을 공개적으로 해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간부 양성기지에서 발생한 부정부패가 이들이 해임된 이유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육·해·공 부대를 총동원한 합동타격훈련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광명성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뒤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김 위원장은 잠행을 중단하고 통치 기반인 당과 군에 대한 단속을 전격적으로 벌였다. 사회 전반의 기강을 잡는 한편, 최고지도자가 직접 상황을 챙기고 있으니 동요할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한 것으로 읽힌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회의를 주재하고 훈련을 지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당과 군의 핵심 인물들에게 ‘코로나19로 흔들리지 말고 나를 중심으로 단결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며, 방역 상황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챙기니 주민들에게 동요하지 말라는 신호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평안도와 강원도에서만 약 7000명의 북한 주민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돼 자택 혹은 별도의 장소에 격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1일 ‘비루스(바이러스) 전염병을 막기 위한 선전과 방역사업 강도 높이 전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안남도와 강원도에 각각 2420여명, 1500여명 등 총 39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조선중앙방송은 평안북도에 30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 속에서 심장병, 고혈압, 기관지염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의학적 관찰을 특별히 강화하는 한편 치료도 적극 따라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