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로 굳게 닫힌 교회 문… 나라위한 ‘금식기도’ 선포

입력 2020-03-01 14:46 수정 2020-03-01 16:25
이형로 만리현교회 목사가 1일 본당 예배당 앞에서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대체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 만리현교회(이형로 목사). 여느 때 같으면 북적거렸을 이 시각 교회는 조용했다. 본당 예배당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교회 입구에서 마스크를 낀 중직자들이 안내하며 질문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예배 안내를 받으셨나요?”

이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 물의를 일으킨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탓에 낯선 외부인을 조심스러워했다.

“국민일보 기자입니다.” 기자는 이같이 대답하며 명함을 보여줬다. 교구담당 박순례 목사는 이 대답에 안심하면서도 신천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온라인예배로 텅텅 빈 예배실.

박 목사는 “교회에서 이틀간 온라인 예배에 대해 안내했는데 혹시나 이를 놓쳤을 어르신들을 위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미리 공지했음에도 세 분의 어르신이 교회에 오셨다. 이들에게 온라인예배 지침서와 마스크를 주며 다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교회는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 따라 1일과 오는 7일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대체하기로 했다. 교회는 이날 방송 녹화를 위해 아침 7시30분 예배인 2부 예배만 오프라인에서 드렸다. 평소 가장 적은 사람들이 드리는 예배로 결정했다. 100여명의 소수 성도만 참여했다. 수요예배와 금요예배 모두 중단됐다.

이날 성도들은 4번의 주일예배(새벽 5시30분, 오전 9시30분, 오전 11시30분, 오후 1시30분)를 온라인 실황으로 드렸다. 교회는 성도들이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각각 200명씩 실시간 예배를 드린다고 밝혔다. 교회는 이미 성도들에게 가정예배를 위한 지침을 안내했다.

본당 예배당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형로 목사는 이날 2부 예배를 드린 뒤 본당에서 기도했다. 기도를 마친 이 목사는 목양실에서 국민일보 인터뷰를 통해 “어제 당회를 하면서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드리는 게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했다”며 “주일예배가 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면 안 되고 성도들의 건강도 지켜야 한다고 봤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에 협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오늘은 특별히 삼일절인데 평소보다 예배를 10분 정도 줄이고 기도 시간을 늘렸다”며 “선조들의 3·1정신을 이어받아 그분들이 생명을 걸고 지킨 이 나라와 민족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으로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작금의 고난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하나님께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평소 교회에 잘 나오지 않은 분들의 마음이 더욱 갈급해지신 것 같다. 온라인예배를 드린 뒤 많은 이들이 은혜를 더 사모하게 됐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또 “지금 국가적인 재난 상황인데 성경을 보면 환난을 맞았을 때 교회들이 금식을 선포하고 회개하며 기도했다”면서 “우리 교회는 금식기도를 선포했다. 이 사태가 속히 종식되도록 하루에 한 끼든 금식하며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