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대구·경북 지역 상장사 다수가 아직 주총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총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장소를 찾느라 애를 먹고 일정을 잡고도 감염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에 본사를 둔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05개사 중 이날까지 주총 일정을 정해 공시한 기업은 43개사(41.0%)에 그쳤다. 나머지 62개사는 주총 일정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총 장소 마련과 결산 등 주총 준비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정 주총 개최·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오는 30일)과 주총 소집 통지 시한(개최 2주 전)을 고려하면 다음 주까지 주총 소집 통지를 해야 한다. 대구 지역 기업들이 주총 행사장을 대관하려는데 해당 장소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와 행사장이 영업을 중지하는 등 대관이 잘 안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8일 사업보고서 등을 늦게 제출하는 데 제재 면제 신청 접수를 시작하자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휴대전화 부품업체 KH바텍이 상장사 중 처음으로 제재 면제를 신청했다. 중국 톈진·후이저우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부감사 및 재무제표 작성 등이 늦춰지고 있어 제재 면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일부 기업들은 주총 일정은 정했지만 장소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공공기관 등 외부 시설들이 대관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과 에스원의 경우 당초 서울 중구 서울YWCA에서 주총을 각각 열기로 했으나, 서울YWCA 측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관을 취소하자 급히 장소를 변경했다.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시설 대관을 중단하면서 판교테크노밸리 산하 시설을 주총 장소로 예약한 삼성중공업, 엑시콘 등은 새로운 공간을 빌려야 한다. 또 대구가 본사인 푸드웰을 비롯해 삼성스팩2호, 삼성머스트스팩3호, 유안타제4호스팩 등이 당초 자사 사무실 등에서 주총을 열려다 감염으로 인한 사옥 폐쇄 우려 때문에 외부로 장소로 옮겼다.
주총 일정을 공지한 상장사들은 주총장 내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총 연기 계획은 없다”며 “주총장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해서 열이 있는 주주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주총장 좌석 간격을 최대한 넓게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6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총을 열 예정이지만 비상사태에 따른 일정·장소 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주주들의 전자투표·서면투표와 전자위임장을 활용을 당부하고 있다. 전자 투표가 가능한 회사는 삼성전자 등 코스피 상장사 460여곳, 코스닥 상장사 1060여곳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