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기록하며 조롱거리로까지 전락했던 메이저리그(MLB)의 크리스 데이비스(33·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부활할 수 있을까. 시범경기지만 현재까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데이비스는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의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티모어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MLB 시범경기에서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홈런 1볼넷 3타점 1득점 1삼진으로 활약했다. 팀은 12대 6으로 이겼다.
데이비스는 2회 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시범경기 3경기 연속 홈런이다.
시범경기 활약이 정규시즌으로 넘어가리란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데이비스의 성적이 화제가 되는 것은 지난해 그가 상상 이상의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5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역대 최장 연속 타수 무안타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55타석째만에 힘겹게 안타를 생산한 뒤 이전보다는 훨씬 나은 기록을 올렸지만 시즌 성적은 타율 0.179 12홈런에 그쳤다. 수비와 주루도 강점이 없는 선수라 활용도도 매우 떨어졌다.
데이비스의 부진이 더욱 심각했던 이유는 그의 고액 장기계약 때문이다. 한때 볼티모어를 대표하는 거포로 군림했던 데이비스는 2016년 볼티모어와 7년 총액 1억6100만달러(약 1950억원)에 계약을 맺은 뒤 정확도를 완전히 잃으며 ‘공갈포’로 전락했다. 그나마 2016시즌에는 0.221의 저타율에도 38홈런을 날렸지만 2017년 0.215 26홈런, 2018년 0.168 16홈런으로 나오는 게 오히려 팀에 손해인 타자가 돼 버렸다.
이런 만큼 데이비스의 올 시즌은 다를 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데이비스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 좋다. 지난 몇 년간 부진했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좋은 출발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타석에서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힘을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