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60)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신음하는 한국영화계에 낭보를 전했다.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홍 감독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폐막한 베를린영화제에서 자신의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건 2004년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 이후 16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이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홍 감독은 연인인 배우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무대로 올랐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어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며 김민희와 서영희에게 공을 돌렸다.
홍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네 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는 주연 김민희가 제67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홍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와 베를린,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과 관련해 수상 영예를 안기는 이번이 네 번째다. 1998년 ‘강원도의 힘’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언급상, 2010년 ‘하하하’가 이 부문 대상을 탔다.
베를린영화제 측은 “‘도망친 여자’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주인공 감희는 서울 변두리에서 친구 셋을 만난다. 홍상수 감독은 이러한 만남들을 미니멀리즘적으로 묘사한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지만, 무한한 수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주인공 감희(김민희)를 따라간다.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와 7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며, 김민희 외에도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 ‘홍상수 사단’이 함께했다.
‘도망친 여자’는 베를린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에서 4점 만점에 2.7점으로 상위권 점수를 받았다. 외신들의 평가 점수를 반영하는 로튼토마토에는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스크린데일리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낸 섬세함은 절제돼 있으면서도 매력적”이라고 전했으며, 인디와이어는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의 통렬한 스케치를 통하여, 절제된 톤으로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