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구 ‘여행금지’ 경보…최악은 피했지만 위기는 여전

입력 2020-03-01 08:09 수정 2020-03-01 12:44
미국, 대구 제외한 한국 전체엔 ‘여행 재고’ 유지
경보 어기고 대구 방문해도 처벌 조항 없어
미국, 의료검사 강화 주문…출국·입국 심사 까다로워질 듯
미국,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베네토에 ‘여행 금지’ 경보
2주 이내 이란 방문 외국인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
한국인들의 미국 입국제한 조치 발표 안 돼
코로나19 한국 피해상황이 최대 변수


미국 국무부가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대구에 대해 ‘여행 금지(Do not Travel)’ 경보를 내렸다. 대구를 제외한 한국 전체에 대한 여행 경보는 3단계인 ‘여행 재고(Reconsider Travel)’를 유지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처

미국은 2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대구를 ‘여행 금지(Do not Travel)’ 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인들에게 대구에 한해 방문하지 말 것을 권고한 것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대구를 제외한 한국 전체에 대해선 3단계 경보인 ‘여행 재고’를 유지했다.

미국 정부는 또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에 대한 의료 검사 강화를 주문했다. 출국 또는 입국 이후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는 대목이다.

우려했던 한국인들의 미국 입국제한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피해 상황에 따라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해 대구에 대해 ‘여행 금지’ 경보를 내렸다고 밝혔다. ‘여행 금지’ 경보는 미 국무부의 여행 경보 중 가장 높은 4단계 경보다. 미 국무부는 지난 26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인 ‘여행 재고’로 격상했다가 사흘 만에 대구에 대해 ‘여행 금지’ 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경보를 어기고 대구를 여행한다고 하더라도 법률적 제재나 처벌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AP뉴시스

미 국무부의 대구에 대한 ‘여행 금지’ 경보 발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 이후 이뤄졌다.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일부 지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지역만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미 국무부는 그러나 이들 지역을 제외한 이탈리아 전체에 대해서는 ‘여행 재고’를 유지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최근 2주 이내에 이란을 방문한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입국금지가 적용된 나라가 중국에 이어 이란으로도 확대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에 한국·이탈리아와 협력하고 이들 국가가 미국으로 오는 개인들에 대한 의료 검사를 할 때 조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국·이탈리아·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날 미국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이 대구에 대해서만 ‘여행 금지’를 내린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첫 사망자가 나오자 낮 12시에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오후 1시 30분에 하겠다고 밝혔다. 토요일 낮에 이뤄진 갑작스런 기자회견 공지라 특단의 대책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 사이에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전면적인 여행 금지 경보가 아닌 대구에 한한 여행 금지 경보를 내리는 결정을 내렸다. 한·미 관계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한국·이탈리아에 전면적인 여행 경보가 미국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조치는 한국인들에 대한 미국 입국제한이다. 한국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대해 빗장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 한국보다 코로나19 검진에 소극적인 이탈리아·일본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미국이 입국제한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한국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에 달려 있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