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죽당리·수정리와 (여주시)용은리·양거리·매화리는 다 같은 형제나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28일 처연하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도 이천시 청사 앞에서는 이천시립화장 시설 건립 부지를 놓고 경계지역에 사는 여주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천시는 시립화장 시설 건립 부지 선정을 놓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하며 응모를 받았다.
이는 엄태준 시장의 정책적 의지에 따른 것으로 필요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건립에 어려움을 겪는 화장 시설을 100억원대 주민지원 인센티브와 함께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극복해보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관내 6개 마을에서 지원, 오히려 과열 양상까지 보이며 각 마을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6개 마을 중 5개 마을이 제안한 부지가 공교롭게도 인근 여주시(3곳)와 충북 음성군(2곳)이 맞닿아 있는 경계지역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후보지로 선정된 마을은 많은 혜택 받으면서 피해는 고스란이 인근 경계지역의 지자체 주민이 떠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물차량을 개조해 만든 연단에 선 김남익(59)씨는 “용은리에 살면서 죽당리에 화장터를 건립한다는 얘기를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엄 시장을 향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 곳에서 태어나서 농부로 살아오며 여주시 능서면 이장협의회장도 지낸 김씨는 이천시와 여주시로 나눠져 있지만 함께 농사를 지으며 다정하게 살고 있는 이웃을 강조하며 ‘형제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우리 죽당리·수정리와 용은리·양거리·매화리는 다 같은 형제나 마찬가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논밭에 가서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인생의 이야기도 나누며 형제같이 지낸다”며 “이러한 우리의 우의를 망가트리려고 합니까?”고 엄 시장한테 따져 물었다.
김씨는 “(엄 시장)현명한 시장님이라 알고 있고, 이렇게 불화만 일으키는 시장님이라고 듣지는 않았다”며 “여주시와 이천시 다같이 형제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시립화장 시설 부지를 놓고 경계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본격화 되고 있다.
29일 매화리마을회관에서는 10여명 마을주민들이 모여 주변의 화장 시설 후보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주민은 “평소 가깝게 지내던 후보지 공모에 적극 나선 이장을 찾아가 ‘어떻게 이웃끼리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며 “정작 후보지는 제안한 마을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고 우리의 삶의 터전이 인접에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화장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혐오 시설이다. 시 경계만 있을 뿐 생활공간이 같은 우리들은 직접적인 피해가 있기 때문에 결사 반대한다”면서 “벌써 결정이 다 났다고 (이천시)이장들이 소문내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표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주민의견을 듣는 공청회조차 한번 개최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했다.
이천시는 이 같은 경계지역 주민 반발의 본격화와 함께 무섭게 확산되는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복병도 만났다.
이로 인해 3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던 6개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 설문지 조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500개 샘플링을 위한 심층 주민 면담조사를 벌여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진행할 수 없다’는 담당 용역업체의 요청 때문이다.
이에 시는 코로나19가 진정될때까지 설문조사를 중지하기로 했다.
시 노인장묘시설팀장은 “용역을 담당한 업체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될때까지 무기한 중지 검토 요청이 들어왔다’”면서 “현재 설문조사가 중단된 상태라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엄 시장은 지난해 8월 음성군이 이천시 경계지역에 가축분뇨·음식물공공처리시설 설치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며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주변지역 ‘주민 의견수렴’ ‘인접 지자체 협의’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중앙정부에 낸 바 있다.
이천·여주=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