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휘진(서울시청 기독선교회장)
지난해 5월 서울시청에서 뜻이 맞는 동료 공무원들과 함께 서울광장에서 퀴어행사의 음란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광장사용 신고를 반드시 불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 일에 대해 지난 24일에 서울특별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이하 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이 나왔다. 성명서 발표가 차별·혐오표현을 한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및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한 인권침해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인권위원회는 해결책으로 서울시에 두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서울특별시 공무원들의 공무수행과 관련해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발생하지 않도록 혐오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둘째, ‘서울특별시 공무원 복무조례’를 개정하여 차별 및 혐오표현 금지 조항을 신설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평소 소신에 따라 의견을 발표한 공무원들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혐오세력’이 되어버렸다.
인권위원회의 이런 결정에 대해 필자는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제기 하고 싶다. 우선 성명서는 동성 간 성행위자를 비판한 것이 아니었다.
많은 시민의 우려가 있었고, 시민들이 사용하는 시청광장에서 부도덕한 행위를 해온 퀴어행사를 막아달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과도하게 동성 간 성행위자의 존엄성을 부인한다고까지 표현하며 차별과 혐오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것은 큰 문제가 있다.
서울광장과 같은 청소년들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많은 일반 시민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행사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공무원들이 성명서를 낼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동성 간 성행위자가 아닌 단체가 시청광장에서 유사한 행사를 했어도 우리는 반대의견을 냈을 것이다.
어떤 대상과 그 대상이 하는 행위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원에는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이 많으니 담배 피우는 것이 옳지 않다”고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런데 그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흡연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세력’이라고 치부하고 입을 막아버린다면 그게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사회에서 누가 어떤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혐오 프레임’이 내로남불의 관점에서 잘못 쓰인다면 심각한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혐오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주체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을 긋느냐에 따라 혐오일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전파와 관련해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잘못과 대처방안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리고 교회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면 그에 대한 비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게 대한민국 사회가 보장하는 표현 양심 사상의 자유다.
이렇듯 상대방의 인간적 존엄성을 모독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퀴어행사의 문제점에 대해 자유롭게 외치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건 공직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혐오 프레임은 상대방이 누리는 표현 양심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속칭 ‘성소수자’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사회적 합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혐오이고, 어디서부터가 정당한 비판인지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표현 양심 사상의 자유가 있다. 혐오라는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언어 프레임으로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서로 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이 계속될 수 있길 기도한다.
[기고] 잘못된 ‘혐오 프레임’으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마라
입력 2020-02-29 12:40 수정 2020-03-01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