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연기했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세에 대한 경계를 높이고 있는데, 이런 우려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미국이 다음 달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예정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연기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때에 미국은 아세안 파트너들과 협의를 거쳐 정상회의를 연기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미국은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고 나중에 열릴 정상회의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0년 아세안에 가입한 후 대체로 대통령이 직접 행사를 챙겨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불참한 후 지난해까지 연이어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정상회의 불참 직후 이들 국가 정상을 자국으로 초대했다.
이런 배경 탓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앞서 지난 24일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의 확산 우려에도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대한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결국 특별정상회의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계심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해 자국민이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을 자제하도록 하는 여행경보 3단계를 발동했다. 국무부는 코로나19의 진원인 중국에 대해서는 여행을 금지하는 4단계 경보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CDC는 최근 14일 이내에 한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 등 주요 발병지를 다녀온 뒤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이는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진을 하기로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