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교회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각 교회들도 대처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4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등 주요교회들은 오는 1일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에 교회 예배 중단과 자가격리 등을 경험한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사례는 한국교회가 코로나19를 대처하는데 중요한 모범 답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륜교회는 보건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6번 확진자가 지난달 26일 주일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했다는 연락을 받은 뒤 지난 2일부터 2주간 예배를 영상으로 대체했다.
6번 확진자와 접촉했던 교회 담임 박세덕 목사를 비롯해 일부 부교역자들은 같은 기간 격리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주일예배를 다시 드렸지만 21일 83번 확진자가 6번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서 예배를 드렸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들은 뒤 23일부터 또 다시 주일예배를 영상으로 바꿨다.
우선 6번 확진자와 접촉한 교역자들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엄밀히 말해 박 목사와 부교역자들은 14일간 폐쇄한 교회에서 지냈다.
지난 25일 교회에서 기자를 만난 박 목사는 “말 그대로 자교회 격리”라며 “일부 부교역자들은 어린 아이와 거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명륜교회 목회자라는 걸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집에 가지 않고 교회에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기도실, 부교역자들은 전도회실 등에 각자 흩어져 자체 격리에 들어갔다. 식사는 종로구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라면과 빵, 참치캔, 우유 등으로 해결했다. 배달 음식을 주문해도 비용은 계좌로 이체했고 음식물은 배달한 사람이 떠난 뒤 챙겼다.
부교역자와의 회의는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두고 진행했고 기도와 예배는 각자의 공간에서 해결했다.
확진자와 접촉한 성도들의 자가격리도 유도했다. 보건당국은 당초 확진자와 2m 거리에서 15분간 대화했을 경우 의심감염자로 봤다. 그래서 지난달 6번 확진자와 주일 예배를 드렸던 사람들 중 앞, 뒤 자리에 교인들만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다만 명륜교회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보건당국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면 거리에 상관없이 자가격리를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한 달 뒤 동선이 확인된 83번 확진자의 경우 6번 확진자와 3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 겸 국립보건연구원장은 28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사실상 2m 떨어져 있으면 환자를 만나도 바이러스 침입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온라인 예배를 두고 고민하는 교회들을 향해서도 경험담을 공유했다. 박 목사도 영상예배를 결정하기 까지 깊은 고민을 했다. 결정한 직후 외부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박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에 따르면 된다. 성령이 이끄시는 대로 분별력 있게 가면 좋을 것 같다”면서 “오히려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하나님 영광은 가려지고 교회에는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고령의 교인들을 위한 배려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박 목사의 교인들 중에서도 영상을 볼 줄 몰라 교회를 찾는 성도들이 있었다.
명륜교회는 경증 환자의 경우 자가격리를 통해 집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6번 확진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슈퍼전파지인 신천지 증거장막을 통해 대구 등 경북지역은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병상과 의료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는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 등에 고위험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병상 제공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증 환자의 경우 격리만 확실하다면 집에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 목사는 “6번 확진자와는 입원 중에도, 퇴원한 뒤에도 연락을 했다”면서 “증상이 경미해 의료진들도 열이 나는지 등 신체 상태만 볼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통이 있으면 진통제, 열이 있으면 해열제를 처방하는 게 전부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