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차례 대구 방문 사실을 숨긴 후 유럽 출장을 떠났던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관계자와 동행 직원 등 3명이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2차 검사까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이 양성으로 판정될 때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까지 논의했던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28일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3명 모두 1차에 이어 2차까지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면서 “이들 3명은 만약을 대비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문제의 예술단 관계자 A씨가 대구 방문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채 유럽 출장을 떠난 것은 27일 본보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했던 한국 영화계 관계자들이 베를린의 주독 한국문화원이 방역작업에 들어가는 등 소동이 벌어진 것을 이상하게 여기면서 본보까지 전해지게 됐다. 22~27일 일정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출장왔던 세종문화회관 관계자 3명과 주독 한국문화원 관계자 3명이 식사를 했는데, A씨가 26일 귀국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대구 방문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주독 한국문화원이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A씨가 대구를 방문했던 15~16일, 20~21은 대구에서 지역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던 시기였다. 그는 대구에서 교회에 참석해 예배를 보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그동안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대구 방문 사실을 알리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도록 했지만 A씨는 지침을 무시한 것이다.
주독 한국문화원은 방역작업 이후 로비를 제외한 건물을 모두 폐쇄했다. 또한 직원 1명을 제외하고 원장 포함한 모든 직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물론 베를린 영화제에 맞춰 26~28일 열 예정이었던 한국 관련 이벤트도 전부 취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은 A씨 등이 귀국해 음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약 이틀간 비상상황이었다. A씨가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국제 전파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오스트리아에서 방문한 곳은 하필이면 클래식계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린이 예술단체다. 또한 A씨와 식사한 한국문화원 직원들은 최근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한 한국 영화계 관계자들을 만났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탑승한 대한항공 승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미국 보건당국와 LA시가 해당 승무원의 LA 체류 기간 동선 파악에 나서면서 LA 지역 한인 사회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승무원의 확진 문제로 더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교민 사회 역시 A씨가 음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 긴장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에 거주하는 한국의 클래식 관계자는 “세종문화회관 관계자 기사를 접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면서 “그 관계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으면 교민 사회가 무척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해서 대구 방문 자체를 문제시 삼는 것이 아니다. 긴급한 용무로 대구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 역시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대구에서 빠르게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두 차례 방문한 뒤 이를 숨기고 해외 출장을 간 것은 단순히 부주의를 넘어선 심각한 잘못이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는 “세종문화회관 관계자가 양성으로 판정됐을 때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을 논의하긴 했지만 그렇게 된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면서 “해당 관계자의 이번 출장 역시 긴급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면 미루는게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져부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