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한 이탈리아에서 중앙정부의 총리가 지방당국의 적극적 진단검사에 불만을 표하며 위험을 부풀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코로나19 검사진단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정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롬바르디아주 지방정부가 코로나19 진단검사 기준을 두고 서로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지방당국이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추적 검사를 실시하자 중앙정부가 “과도한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며 대놓고 딴지를 건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현재까지 총 65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유럽 역내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며 이중 17명이 숨졌다. 사망자 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한국보다도 높다. 403명으로 이탈리아 내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롬바르디아 당국은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은 아무런 증세가 없어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가 많은 이유는 롬바르디아의 적극적인 진단검사 탓이라고 보고 있다. 무증상 접촉자들에게까지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이탈리아 당국이 지방정부 단계의 확진자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직접 확진자를 판정·발표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콘테 총리는 최근 “이탈리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안전한 곳”이라며 “언론도 코로나19에 대한 과잉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롬바르디아 당국은 적극적인 진단검사 방침이 옳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틸리오 폰타나 주지사는 “의심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세심한 역학 조사를 실시했다면 실제 감염자 수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발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충돌 뒤에는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놓여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콘테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오성운동 연정과 폰타나 주지사가 속한 극우 성향의 동맹당은 정치적 경쟁 관계다. 본래 오성운동은 동맹당과 연정을 구성해 1기 내각을 꾸렸으나 동맹당이 연정을 깬 뒤에는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해 2기 내각을 꾸렸다. 콘테 총리는 동맹당 소속인 폰타나 주지사가 코로나19 사태를 부풀려 중앙 정부를 흔들려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집권 세력이 전염병 창궐의 정치적 책임을 덜기 위해 ‘진단검사’ 기준을 꼬투리 잡고, 언론의 과잉 보도를 문제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