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콘텐츠”…코로나19에 중국서 검열당한 ‘전염병 게임’

입력 2020-02-28 16:00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 화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전염병을 소재로 한 인기 게임이 중국 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됐다.

문제의 게임은 전염병 주식회사(플레이그)로 이용자가 전염병이 돼 전 세계에 바이러스를 퍼트려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이 목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임은 실제 전염병과 바이러스, 세균은 물론 각국의 보건정책과 지리적 요소까지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영국에서 2012년 출시돼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1억3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에볼라, 메르스 등 전염병이 돌 때마다 인기가 상승했는데 최근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시금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염병 주식회사’ 개발사인 영국 엔데믹 크리에이션스는 “최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로부터 ‘게임이 불법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해당 게임이 수년간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료 게임이었으며 질병 발병을 선정적으로 다루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는 중국 앱스토어에서 이 게임을 찾아볼 수 없다.

엔데믹 크리에이션스 트위터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이 게임은 중국에서 삭제되기 전까지 22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했고, 그중 약 9%(19만8000건)는 올 1월 다운로드됐다고 한다. 삭제 전에는 중국에서 인기 유료 앱 3위에 올라 있었다. 자국 내 유통되는 게임을 모두 사전심의하는 중국으로부터 문제없이 유통허가를 받았던 게임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법이 된 상황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난처해지자 게임이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답답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게임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을 얻어 개발됐고 실제 전염병이 확산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위생과 보건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게임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엔데믹 크리에이션스 측은 “게임이 삭제된 이유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에 연락을 취해 중국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제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