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판데믹?… 코로나19, 6개 대륙서 ‘중대 고비’

입력 2020-02-28 15:17 수정 2020-02-28 16:28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 탄 이란 테헤란 시민.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세계 곳곳으로 번져 나가며 판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현재까지 최소 48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WHO가 ‘팬데믹 선언’에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WHO는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전세계로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결정적 시점에 도달했다”며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확산 억제 조치를 주문했다. 여전히 “판데믹이 될 잠재력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사실상 판데믹으로 넘어갈 수 있는 중대 고비에 서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전세계에서 위험 징조가 감지되고 있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 발생한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가 발생한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우려가 퍼지고 있다. 그가 코로나19 창궐 국가를 방문한 적도, 감염자와 접촉한 적도 없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60명이다.

당국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확진자는 미국의 제한적인 코로나19 검사 기준 탓에 번번이 퇴짜를 맞다 증상 발현 8일 만에 검사를 받고, 11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감염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지역사회를 돌아다니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중국 등 발병국을 방문했거나 감염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환자의 경우에 한해서만 우선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 보건당국 의료진이 코로나19의 발원지 중국 우한에서 귀국시킨 미국인들이 격리돼 있는 캘리포니아주 군 기지를 방문해 제대로 된 보호장구 없이 환자들을 검사하고 이후 일반 시민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코로나19 청정 지역이었던 중남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까지 중남미 지역에서 확인된 확진자는 브라질인 1명이지만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급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는 의심환자가 전날 20명에서 13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중 121명은 최근 코로나19 유행 국가를 여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가까운 아시아 지역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대규모로 번지며 현재까지 202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 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의 경우 일각에서 감염자가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21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마저도 요코하마항 정박 크루즈선에 나온 확진자 705명이 제외된 수치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이 소극적인 코로나19 검사 기조를 유지하며 확진자 수를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던 중동 지역에서는 이란이 코로나19의 새 진원지가 되고 있다. 마무메 엡데카르 이란 부통령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총 245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이중 26명이 숨졌다. 10.6%의 치사율로 코로나19 치사율로 알려진 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란 정부가 확진자 수를 축소 발표하고 있을 가능성과 오랜 국제사회 제재로 이란 의료체계가 무너졌을 가능성이 동시 제기된다. 다수의 이슬람 시아파 성지가 위치한 이란에 수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것도 중동 지역 감염 전파를 늘리는 주범이다. 실제 바레인,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등 인접 국가들은 자국 확진자들이 최근 이란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유럽은 이탈리아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총 65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중 17명이 숨졌다. 사망자 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한국보다도 높다. 남유럽인 이탈리아와 거리가 있는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탈리아발(發) 코로나19 공포가 유럽을 휩쓸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와 독일 등 주변국에서도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확진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전날 18명이었던 확진자 수가 하루만에 20명이나 늘어 38명으로 집계됐다.

전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현황 지도.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