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대 정당 X물 취급하나”…민주당에 강력 반발

입력 2020-02-28 14:51 수정 2020-02-28 16:02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비례 위성정당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비례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외부 세력과의 ‘비례대표 연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야권은 일제히 민주당을 두고 ‘정치공작’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당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만난 건 사실이고 (비례정당과 관련한) 이러 저러한 얘기 나눈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가 비례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결의할 수도 없고 그런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회동에) 참석한 분들의 대체적 의견은 미래통합당이 정치개혁을 위해서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역사의 죄악이 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처럼 민심을 거역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러선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고, 그런 점에서 정당정치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국민을 믿고 가자는 얘기를 주로 나눴다”며 “다양하고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간 것인데 그런(비례정당에 뜻을 모았다는) 내용은 우리 당의 원칙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이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다른 4명의 의원들과 함께 위성정당 관련 논의를 하던 중 “(연대 대상으로) 심상정은 안 된다”며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X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선거법 개혁 당시 연합전선을 구축했던 정의당과 민생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고 “소위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다”며 “특히 정치개혁을 위한 험난한 길을 함께 걸어온 정치적 파트너에 대해 혐오스러운 표현이 사용된 점에 대해 참담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합당한 민생당의 김정현 대변인은 “여당 실세들이 저녁에 식당에 앉아 비례위성정당 설립을 위해 밀실야합 음모를 꾸민 것은 전형적인 정치 공작이고 소름 끼친다”며 “비례위성정당을 공식적으로 만들고 면피용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당보다 더 나쁘고 비열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4+1을 만든 주체들이 상대 정당들을 ‘X 물’ 취급한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이인영 원내대표를 향해 “함께 할 때는 필요하고 함께하지 않고 자기들이 이기려 할 때는 X물이라는 게 얘기가 되냐”며 날을 세웠다.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미래통합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짜 정당 나쁜 정치 선동’이라며 이인영 원내대표가 (미래통합당에) 악담 퍼붓던 날이 불과 며칠 전”이라며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했다. 이어 “원흉은 민주당이 주도한 괴물 선거법”이라며 “이제 와서 의석 한 석이 아까워 비례위성정당 시도하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보진영의 원외인사들이 이날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해 ‘선거연합당’ 창당을 발표하며 여권의 ‘비례대표 연합 전선’은 더욱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영 전 한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 문성근씨 등은 이날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제안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한국당이라는 사상 초유의 꼼수를 저지하고 정치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정봉주 전 의원이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가칭) 창당을 선언하며 “제3의 길은 종국적으로 창당과, 창당 준비하는 사람들과 통합 비례대표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원외인사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제안이 있다면 당 차원의 논의를 거쳐 답을 해야지 사석에서 오간 얘기를 바탕으로 해서 여러분께 답을 드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