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일반 시민들이 신천지 대구 다대오지파 신도에 밀려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진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불만의 글이 퍼지고 있다.
대구 시민으로 코로나19 선별 진료소를 방문해 폐렴 확정을 받았다는 46세의 한 남성은 이 같은 내용의 글을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현재 대구 모든 진료소에서 신천지와 관련 있는 사람만 먼저 무료로 검사해주고 일반 2차 감염 의심환자들은 집에 자가 격리하라고 하고 있다”면서 “선별진료소에 가더라도 신천지와 관련이 없으면 본인 부담으로 진료비를 부담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돈이 없는 노인들은 대다수가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 남성은 지난 19일 미열과 기침으로 지역 보건소 등 방역 당국을 찾았지만, 신천지 신도나 해외 여행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가 격리를 권고받았다. 이후에도 열이 지속됐지만 동네 내과에서 간단한 처방만 받을 수 있었을 뿐 선별 진료소나 보건소에서는 같은 이유로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26일 아침 쓰러진 뒤 구급차에 실려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로 이송된 후에야 폐렴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코로나19 관련 검사는 받을 수 없었다. 평소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음을 의료원 측에 알렸지만 빨라야 내일쯤에나 검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남성은 “현재 집으로 돌아와 자가 격리 중”이라면서 “정부는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이라 선포해놓았지만, 시민들은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하고 힘들게 버티고 있다”면서 “너무 분하고 슬프다. 국민께 도움을 청한다”고 전했다.
해당 청원 글은 28일 정오 현재 6만 7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27일 대구 지역 내 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역학적 근거가 없고, 밀접 접촉자가 아닌 경우 코로나19 검진 비용은 자부담이다”면서 “신천지 신도라고 해서 무조건 비용이 감면되는 것은 아니다. 호흡기 증상과 X-ray 상 폐렴 소견이 맞물려야 비용 감면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의사의 진료 당시 의료비 감면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진료 시 신천지 신도임을 밝히면 의사의 판단하에 진료비 감면이 바로 결정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단순 기침, 열이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원인불명 폐렴이면 의사의 소견이 필요하다"라면서 "막연한 불안감을 이유로 검사하는 것은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구지역은 지난 18일 신천지 신도로 밝혀진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8일 오전 9시 현재 1314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한 상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