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인 이진석(사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내부 회의 등에서 스스로를 ‘장롱 면허’라고 지칭한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의사가 아닌 국상실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실장은 코로나19 정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함께 각종 방역·지원 대책 수립과 상황 대처를 주도하고 있다. 정무수석실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여론조사를 하고,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조율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이 실장이 의사 출신이라 감염병 사태의 확산을 막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이 실장은 코로나19 일일상황점검회의 등에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나는 의사 장롱면허”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감염의학이 아닌 예방의학을 전공했고, 현역에서 의사로 일한 지 오래됐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이 실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내기보다 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실장이 전문가들이 모인 중대본과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을 우선 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입국금지와 관련해서도 이 실장이 의료계의 입장을 청와대와 중대본에 전했고 결국 정부는 ‘전면 입국 금지는 실효성이 적고,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손발을 맞춰 온 진보성향의 학자다.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을 역임하며 의사협회와도 인연을 맺었다. 이 실장은 문재인 캠프 대선공약 수립 당시 김용익 이사장과 함께 보건의료공약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지난해 1월 KTX에서 과호흡 환자가 발생하자 승객들과 함께 환자를 도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