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민주당 창당?…김해영 “눈앞 유불리보다 원칙 지켜야”

입력 2020-02-28 10:36 수정 2020-02-28 14:16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가 지난 27일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한 것에 대해 “눈앞의 유불리보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민주당이 정치적 명분과 실리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선거법 개혁 당시의 대의명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28일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 추진을 해왔고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을 강력 규탄해왔다”며 “이런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전날밤 당 지도부가 모여 미래통합당에 대응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김 최고위원이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민주당 비례당 창당 대해 반대 입장 분명히 밝힌다. 정당 본질에 반하는 미래한국당에 대해 국민의 현명한 심판을 부탁한다”며 “민주당은 눈앞 유불리보다 원칙을 지켜나가는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만난 건 맞지만 ‘창당 결의’를 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만났던 건 사실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건 사실인데 비례 정당을 만든다고 결의할 순 없다. 거기까진 사실이 아니다”라며 “창당을 논의한 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윤호중 사무총장도 “정치개혁을 무산시키고 단지 자당의 의석욕심을 위해서 민심을 도둑질하는 이러한 행위를 좌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당이 미래통합당과 같은 민심을 거역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비례민주당’ 고심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제1당을 뺏길 수도 있다’는 현실론과 맞물려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따라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를 1명도 내지 않고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에 정당 득표율을 몰아줄 경우,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최대 20여석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으면 향후 문재인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 내에선 ‘시기상 이미 늦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상호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은 “물리적으로 창당이 불가능하다”며 “공천을 하려면 후보 공모,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2주가 걸린다. 최소한 지난 21일에는 창당준비위원회 발족 등 가시화됐어야 한다”고 했다. 이론상으로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은 가능하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개시일(3월 26일) 10일 전까지 후보자 추천 절차의 구체적 사항을 정한 당헌·당규 등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늦어도 다음 달 16일까지는 창당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민주당이 원외 인사들의 창당을 통해 비례정당을 만드는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날 진보진영의 원로인사들이 모인 시민단체인 ‘주권자전국회의’는 기자회견을 갖고 비례대표용 ‘선거연합당’ 창당을 발표한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의석 확보를 위한 미래한국당에 맞대응해 녹색당, 미래당 등 원외정당과 여러 진보세력들을 규합해 미래한국당에 맞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윤호중 사무총장도 원외 인사들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그런 제안이 있다면 당 차원의 논의를 거쳐 답을 해야지 사석에서 오간 얘기를 바탕으로 해서 답을 한 건 아니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