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명만 올때도 있어”…코로나로 썰렁해진 헬스 업계

입력 2020-03-01 09:00 수정 2020-03-01 09:00
26일 방문한 피트니스바빌론에는 회원들이 분주할 점심시간임에도 사람 한 명 없이 한산한 모습이 내내 이어졌다. 김영철 인턴기자

“근 손실 오는 건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 당분간은 집에서 운동하면서 조금이라도 몸 관리하는 수밖에요.”

자칭 열혈 헬스 마니아 강모(남·25)씨는 26일 “나처럼 헬스에 심취해 있는 지인들마저 이전만큼 헬스장을 찾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27일 오후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700명을 넘어섰다. 일상은 거의 멈춰선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문난 운동 마니아들도 헬스장을 쉬고 있다. 자신을 열렬한 헬스 마니아라고 밝힌 박모(남·25)씨는 “다음 달부터 회원권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연장해야 하는데 사태가 이렇다 보니 다음 달까지는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헬스를 시작한 지 5년이 된 문모(남·26)씨 역시 최근 들어 헬스장에 발길을 끊었다고 밝혔다. 그는 “확진자가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사람이 조금만 모여있는 곳도 가지 않는다”며 “헬스장은 특히 땀과 침이 많이 분비되는 곳이라서 더욱더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김윤정 바빌론피트니스 대표. 김영철 인턴기자

“이번 달 임대료도 못 내게 됐다”

고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헬스장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하다. 더불어 헬스장 종사자들의 걱정도 커졌다.

지난 26일 서울 서여의도에 있는 피트니스바빌론은 조용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하는 직장인들로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이날 헬스장을 이용하고 있던 회원들은 5명이 채 되지 않았다.

김윤정 피트니스바빌론 대표는 “31번째 확진자가 나타난 이후 지난주 목요일 하루 동안 3명만 센터를 찾았고, 이번 주 수요일에는 퍼스널 트레이닝(PT) 수업이 모두 취소됐다”며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 한 분도 건강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문객, PT 수업 모두 감소하는 탓에 김 대표는 “이번 달 임대료도 못 내는 상황”이라며 “재등록 및 신규회원 등록을 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이번 달 임대료를 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건물주에게 어렵사리 부탁을 드렸는데, 건물주도 사정을 알고 헬스장 측에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어서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 비용도 만만치 않아 요새는 청소 업체 없이 스스로 청소 및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워낙 전국적으로 난리다 보니 회원권을 연기해달라는 전화를 하루에도 수십 번 받는다”며 “1년은 원래 휴회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3·6개월 회원권도 이같은 문의가 들어오다 보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연기를 해주다 보면 다음 달까지 매출에 타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6일 방문자가 가장 많은 시간대 중 하나로 꼽히는 점심시간에도 바빌론피트니스를 이용하는 회원객은 5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김영철 인턴기자

실제로 국내 6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한 한 대형 헬스장 브랜드의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전후로 매출이 최소 40~70%까지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을 예상해 오는 3월까지는 희망자에 한해서 한 달간 휴회 신청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을 닫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센터 회원 중에서 불안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한편으론 꾸준히 나오는 이들도 있어서 문을 닫을 시 이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땀 튀는 헬스장 더 위험할까

연합뉴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운동 과정에서 분비되는 땀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면서도 “2월 초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쓰고 일상 운동을 하는 것이 괜찮았지만 지역감염이 확산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에 향후 1,2주간 헬스장 자제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침, 콧물 때문이다.

우선 땀으로는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헬스장 내 샤워실을 매일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샤워를 하면서 체액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감염 위험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격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침방울이 튈 가능성은 높다. 정 교수는 “비말 감염이라는 게 콧물, 침을 통한 것”이라며 “운동을 하다 보면 호흡이 굉장히 거칠어지면서 비말이 밖으로 나와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헬스장 관계자들의 내부 소독에 대해선 “그리 효과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기 분비물이 남들에게 침투하지 않는 게 주요 목적이기에 헬스장 회원들이 스스로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못하는 마니아라면 야외운동을 하도록 권유했다. 정 교수는 “차라리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밀폐된 실내보다는 야외가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