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간호사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하나둘 격리될 때마다 솔직히 너무 두렵습니다. 그래도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해야할 일이니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 달서구 동산병원(성서) 간호사 A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날이다.
A씨는 “우리 병원에서만 간호사 2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확진자와 밀접접촉해 격리된 상황”이라며 “다른 병동에서 인원을 차출하고 있지만 손이 너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병원에서 “급하니 나와달라”고 하면 휴무나 휴일 할 것 없이 곧바로 출근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력 뿐 아니라 방호복, 마스크 등 필수 물품이 부족해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모든 의료진이 D등급의 방진복을 입어야 하지만 대다수는 비닐로 된 일회용 가운만 입고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비닐 가운은 등 부분이 완전히 뚫려 있어 감염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 동산병원에는 이날 기준 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대구 중구 동산병원에서 근무하는 최연숙(60) 간호부원장도 인력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어제도 간호사 2명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쓰러졌다”며 “간호사 대부분 마스크 자국을 따라 붉은 알러지와 고름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거점병원인 중구 동산병원에는 223명의 확진자가 격리돼 있다. 이곳에만 130여명의 간호 인력이 필요한데 투입 가능한 인력은 70명 남짓이라고 한다. 최 부원장은 “의료용 N95 마스크와 D등급 방진복을 입고 2시간 정도 확진자를 돌본 뒤 2시간을 쉬어야 다시 정상적으로 간호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호사들은 휴일을 반납한 채 일하고 있다. 상황실을 지키는 간호사들은 하루 15시간 넘게 근무하고, 가족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어 병원에서 숙식하고 있다. 한 간호사는 “방진복에 장갑까지 낀 채로 주사를 놓다보면 혈관을 잡는 데만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며 “체력에 한계가 오면 타이레놀이나 진통제를 먹고 버틴다”고 말했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병원에서 ‘간호사 품앗이’를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최 부원장은 “근처 중형 병원에서 간호사 10명이 지원을 왔지만 이들도 길어야 3일밖에 머물 수 없어 타 지역과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지만 간호사와 환자들 간 유대감도 생기고 있다. 최 부원장은 “바이러스와 함께 싸운다는 전우애가 느껴진다”며 “상태가 악화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가 생기면 뒤에서 자책하는 간호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잠시라도 퇴근하는 간호사들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그는 “확진자와 사망자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의료진끼리는 ‘고맙다’ ‘수고했다’ ‘내일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자’고 용기를 낸다”며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