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구 시민입니다. 지금 너무나 분하고 슬프고 아픕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글에 따르면 A씨는 글을 올린 당일 폐렴 확진을 받은 뒤 코로나19 검사도 같이 받고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집에는 6세 큰딸과 4세 쌍둥이, 아내가 있다. 신천지 신도도 아니고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도 없다고 밝힌 그는 “2주 동안 인근 마트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애들과 함께 지냈는데 지난 19일부터 기침과 미열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1일 대구 남구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남구 보건소 측이 ‘신천지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아니니 집에서 자가격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며칠 뒤인 24일 A씨는 37.5도까지 열이 다시 오르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다시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남구보건소는 “38도가 넘어야 선별진료소에 올 수 있다, 오히려 선별진료소에 가면 2차 감염이 더 문제라 집에서 자가격리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했다. 이후 A씨는 동네 내과에 들러 감기몸살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A씨는 이틀 뒤 고열로 쓰려졌다. 청원글에서 A씨는 “26일 열이 39도까지 올라서 선별진료소를 가려고 준비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119 구급차를 타고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도착해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A씨는 “호흡이 힘들다고 하니 폐 사진을 찍었다. (의료진이) 왼쪽 폐에 폐렴이 왔다고 하면서 코로나19는 최대한 빨리 검사해도 내일 돼야 (검사 결과가 나온다) 한다”며 “그러더니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평소 당뇨와 혈압이 있어 응급치료를 해달라고 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열이 있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상태가 걱정된 A씨는 다시 남구 보건소에 전화를 했다. 그는 “폐렴 소견이 나온 데다 평소 당뇨와 혈압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치사률이 높다고 알고 있다”며 보건소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한 A씨에게 돌아온 건 ‘아픈 건 본인 잘못이 아닌가요’라는 보건소 직원의 차가운 대답이었다.
화가 난 그는 보건소 직원에게 “나는 신천지 교인과 교류도 없고 해외에서 옮은 것도 아니다. 이건 국가가 방역을 잘못해서 일어난 인재고 난 지역 감염으로 인한 피해자이자 응급환자”라며 “혹 제가 사망하고 뒤에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면 저의 인생과 우리 가족의 생명은 누가 지켜주냐”고 울었다.
그러자 보건소 직원도 울면서 A씨에게 사과했다. 해당 직원은 “최대한 빨리 응급조치를 취해 볼 테니 혼자 방에 격리해 기다리라”고 그에게 이야기했다.
A씨는 글에서 “혹시나 제가 잘못되면 분명 이건 국가가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미리 국민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한다”며 “지금 대구는 정말 지옥”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코로나19 검사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선별 진료소를 가도 신천지 신도가 아니면 본인 부담으로 17만5000원을 내고 검사를 받은 뒤 (증상에 따라) 환불 받는다”며 “돈 없는 노인들은 진료비 내라고 하니 거의 대다수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했다. A씨는 본인이 폐렴 진단을 받은 후 환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구는 신천지와 관련 있는 사람만 먼저 무료로 검사해주고 일반 2차 감염 의심 환자들은 집에 자가격리하라고 한다. 저는 보건소에서 알려준 매뉴얼대로 5일을 행동하다 이 지경까지 왔다.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선포했는데 대구 주민들은 마스크 하나 못 사는 상태로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글에 대해 남구 보건소 측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대구 시민으로서 (A씨의)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보건소 측은 “우선 해당 남성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그래도 설명드리자면 보건소 측에서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중국 방문객이나, 신천지 신도, 밀접 접촉자들을 우선적으로 검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 현재 검사가 많이 밀리고 있는 데다 병실 부족으로 양성 판정을 받아도 집에서 당분간 격리해야 한다. 검사비의 경우 고열 등 코로나 증세가 있는 분이라면 모두 환불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