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린이집 휴원… ‘부모님찬스’ 없는 맞벌이 부부들 멘붕

입력 2020-02-27 17:11 수정 2020-02-27 20:46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증가하면서 맞벌이 부부의 자녀 보육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에 전국 어린이집을 27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휴원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고 영유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의 어린이집을 휴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에 따라 휴원 기간이 더 연장될 수 있다.

두 자녀를 가진 워킹맘 A씨는 “어제 전국 어린이집이 3월 8일까지 휴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부터 앞섰다”며 “지금까지 남편과 돌아가며 휴가를 쓰면서 버텨왔는데 다음 주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우리 아이들만 남을까 봐 걱정되지만, 긴급보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더 심각한 것 같다. 재택근무나 유급휴가, 근무 단축 등의 제도가 있으면 좋은데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B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이사를 포기했다. 애초 2월 말에 시흥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말부터 준비했는데 물거품이 됐다. B씨 부부는 코로나19로 학교가 휴교함에 따라 두 남매를 맡길 곳이 없어 이사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사는 집 근처에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한 맘카페의 게시물.

B씨는 “지난해 말부터 이사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다”며 “이사 준비로 수백만 원을 썼는데 학교가 휴교하고 학원마저 갈 상황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세 남매를 둔 C씨는 “막내가 어리지만 첫째와 둘째가 초등학생이라 그나마 육아가 수월했는데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학원의 휴원 명령으로 세 아이를 계속 봐야 한다. 다행히 현재 휴직 중인데 근무 중이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C씨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모님 찬스’를 쓰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대책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자영업자인 D씨는 두 자녀 양육 때문에 당분간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D씨는 “코로나19로 꽃을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자녀들도 돌봐야 해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며 “남매와 온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아이들이 답답해하는 것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평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D씨는 “이때만이라도 시간을 잘 보내자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