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기승으로 문화계 역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소관 24개 기관이 차례로 휴관에 들어가고, 공공극장도 공연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연극이 올라가는 곳도 적지 않다. 극단들이 드문드문한 관객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연극을 선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소속 극장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은 지난해 공연예술 창작산실 사업으로 선정된 작품들을 올리고 있다. 창작산실은 연극·뮤지컬·무용·오페라·전통예술 등 공연예술 분야에 대해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매해 약 25편 작품에 20억 넘는 예산이 지원되는데, 규모가 상당해 예술단체들에는 중요한 기회다.
3월 말까지 연극·무용·뮤지컬 등 창작산실 사업 선정작 7개가 추가로 선보인다. 예술위 측은 “연습이나 공연에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극단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7일 선보이는 ‘의자 고치는 여인’은 공연 회차와 관객 수를 대폭 줄였다. 6일 개막하는 ‘대신 목자’도 고심 중이다. 연극 관계자는 “회차 축소 등 여러 방안을 놓고 회의 중”이라며 “연습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공연을 못 올려 똘똘 뭉친 시간과 의미가 퇴색될까 근심이 크다”고 전했다.
공연이 엎어지면 재정적 타격이 막대하다. 창작산실에 선정되면 극단이 대관료를 내고 티켓 수익을 가져가거나, 대관료 대신 수익의 20%를 극장에 낸다. 공연이 엎어지면 극단이 수익을 감안해 대관료, 무대 제작비, 배우 개런티 등에서 일부 자부담한 비용을 감당키 어렵다. 지원금 집행분도 처리가 애매하다. 예술위에서는 “극단에 피해가 안가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공연인 경우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대관 일정과 배우 스케줄을 다시 맞추기 어렵고, 관객 신뢰를 저버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비슷한 이유들로 민간 차원의 연극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다음달 초 폐막하는 ‘환상동화’와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제작사인 스토리피 관계자는 “약속된 공연이기에 계속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중견 극단 ‘고래’ 역시 대학로 극단 연습실에서 한달에 한번씩 올리는 관객 30~40명 규모의 워크숍 공연을 진행키로 했다. 이해성 연출가는 “열정을 갖고 두달간 준비한 공연을 일순 없애긴 어려웠다. 기다리는 관객도 많았고, 구성원들 열정도 컸다”고 설명했다. 대신 방역에 힘쏟을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연극이 무대에 오르는 데는 결국 여러 구조적 어려움이 깔려 있는 셈이다. 연극계 현실이 인력과 자금조달이 녹록지 않은 데다, 제작에 오랜 기간을 투자해 방향 선회도 어렵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현재 공연이 어그러지면서 발생하는 재정적 타격을 감내할 극단은 국내에 많이 없을 것”이라면서 “체질 개선과 구조적 지원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