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은 낮추고 금리는 동결…코로나발 악재 속 한은의 고민

입력 2020-02-27 16:57
이주열 총재 “코로나19 장기 영향 지켜보자”
올해 성장률 2.3% → 2.1%
시장에선 “4월 인하할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을 비켜간 결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부의 불확실성 탓이다.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는 현실화되면서 한은은 성장률을 조금 더 내려잡았다. 1분기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는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1.5%에서 1.25%로 인하한 뒤 세번째 동결 결정이다.

한은은 전염병이 창궐할 때 선제적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 금통위는 2015년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엔 1.75%에서 1.50%로 0.25% 포인트 낮췄다. 2003년 5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는 당시 기준금리인 콜금리 목표 수준을 4.25%에서 4.0%로 내렸다. 이같은 전례에 비춰 시장에선 70~80%가 인하를 예상했다. 하지만 동결 결정이 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가 3월 중 정점에 이르고 이후 점차 진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제했다. 예상대로 상황이 전개될지 아니면 그보다 장기화될 것인지를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 금리 동결 결정에 반영된 것이다.


이 총재는 또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내 수요와 생산활동의 위축이 불안 심리에 따른 현상으로 봤다. 경제적 요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리조정보다는 서비스업 등 취약부문을 선별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와 불안한 부동산 경기 상황도 동결 결정에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가용 카드’를 아껴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만에 하나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1.25%)인 상황에서 섣불리 인하를 결정하면 나중에 쓸 대책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래 저래 통화당국이 고민이 엿보인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1%로 낮췄다. 3개월 만이다. 코로나19가 다음 달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진정세로 접어들 거라는 전제에 따른 수치다. 이 총재는 “향후 성장 경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며 그 영향이 1분기에 특히 집중될 것이다.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2개월 늦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동결은 인하 시점을 4월로 연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음 금통위는 오는 4월 9일 열린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