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마스크 판다고?”…밀려든 인파에 아수라장 된 강릉 주민센터

입력 2020-02-27 16:50 수정 2020-02-27 17:54
강원 강릉시가 마스크를 미처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긴급 보급하기 시작한 27일 교1동주민자치센터 앞에 시민 수백 명이 몰리자 김한근 시장이 "번호표를 나눠줄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강원도 강릉시 교1동주민자치센터 앞에 시민 수백 명이 몰려있다. 시는 정부가 지정한 공적 판매소에서는 내주 초에나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우려되자 자체적으로 확보한 마스크 6만장을 이날부터 보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체적으로 확보한 마스크를 저렴한 가격에 긴급 보급하기로 한 강원도 강릉시가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소식에 갑자기 몰려든 인파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27일 오전 강릉시 교1동 주민자치센터 주변은 마스크를 받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이른 시간부터 수백명이 몰려들어 S자 형태의 긴 줄이 형성됐고,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마스크를 사기 위해 밀려든 시민들의 차량으로 주변 도로가 아예 마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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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언론에 전혀 알리지 않고 마스크 보급을 시작했지만, 갑자기 많은 시민이 몰려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줄은 점점 길게 늘어서는데 마스크 배포가 더뎌지면서 수백 명이 다닥다닥 붙어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보급한다는 것이 되레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기는 꼴이 된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려가 커지자 시민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해놓고 이게 무슨 짓이냐” “통반장을 통해 마스크를 나눠주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으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강릉시는 번호표를 나눠주며 시민들을 해산시키려 했지만 번호표를 받기까지도 긴 줄이 이어졌다. 629번이라는 번호표를 받은 이모(82)씨는 연합뉴스에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마스크는 사지 못하고 번호표만 받아 돌아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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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근 강릉시장은 “이렇게 많은 분이 한꺼번에 모일 줄 몰랐다”며 “행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인 긴급 사태다. 지자체에서 잡화를 직접 판매하게 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라며 “직원들이 전국의 마스크 공장을 다니며 어렵게 구했는데 이렇게 항의를 받는 일이 벌어져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강릉에서는 교1동사무소뿐만 아니라 성덕동사무소, 포남동사무소 등에도 시민이 몰려들어 긴 줄이 형성됐다. 성덕동사무소 역시 교1동사무소와 마찬가지로 번호표를 나눠주고 급히 해산하도록 했다.

앞서 강릉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2주 전 선제적으로 마스크 6만개를 장당 1700원에 구매했다. 이 물량이 26일 도착하자 다음날인 27일부터 가구당 1세트(5개)씩 85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