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설화(舌禍)가 잇따르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민주당은 27일 자세를 낮추고 본격적인 ‘입단속’에 들어갔다.
최근 며칠 동안 여권에선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홍익표 전 수석대변인은 지난 25일 “대구·경북 봉쇄 조치” 발언을 한 뒤 다음날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외신 보도를 인용하며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다.
당내에서는 반복되는 ‘말실수’에 대한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언행이 4·15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앞으로도 (메시지 실책이) 좀 많이 걱정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단순히 자기 눈높이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총선이 불과 50일도 안 남았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집권여당은 무한책임의 자세로 무조건 (언행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을 향한 공개적인 비판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 북을이 지역구인 홍의락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 설화 비판 기사 링크를 공유하면서 “답답하다. 잠도 오지 않는다. 고민이 없어 보인다. 국민과 호흡을 맞추지 못한다. 따로 논다. 걱정이다”라고 적었다. 대구·경북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부겸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메시지 관리라는 측면에서 여권이라는 것은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점에서 여권 전체가 조금 더 늠름하고 안심을 줄 수 있는 메시지 관리에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당내에는 각 지역구에서 코로나19 관련 민심을 나눌 창구를 마련해 달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도 안팎의 비판 여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내부 단속에 나선 분위기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말 한마디 실수도 코로나19 대응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위기 상황인데 실질적 뜻이 말로 표현되는 것과 다르다 하더라도 말 한마디 조심스럽게 하자는 컨센서스가 (당내에) 있다”고 전했다.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도 민주당 미대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상임 선대위원장으로서 발언 논란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당이건 누구건 말조심해야죠”라고 답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